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1심 재판에서 ‘대북송금’ 혐의가 인정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재판부가 이 전 부시장 판결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이나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구속영장 기각으로 멈춰 섰던 수사에 새로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수원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7일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800만 달러 중 불법성을 인정한 금액은 394만 달러다.
금액과 별개로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를 쌍방울이 대납하려고 했다는 점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화영 피고인이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 사건과 이 대표를 직접 연결 짓는 것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에게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은 커졌다. 검찰이 일찌감치 이 사건 윗선에 이 대표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를 대북송금 혐의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미 두 차례 소환 조사까지 벌인 상태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대북 송금 혐의와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는 한동안 멈춰있었다. 1심 재판부가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경기도’와 ‘이 대표’를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이 대표의 공모 여부와는 관계없이 검찰은 수사 동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이날 선고 이후 입장을 내고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용 대납 명목으로 500만 달러,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명목으로 300만 달러 등 쌍방울 자금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전달하였다는 불법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명백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피고인과 변호인, 일부 언론 및 정당이 판결 직전까지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이른바 ‘쌍방울 주가조작을 위한 대북송금’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현철·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편파적인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현철 변호사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은 주식담보 대출 여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대북사업을 시도했던 것인데,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모두 외면하고 검찰 의견서를 취사선택했다”며 “이화영이 쌍방울 대북사업에 관여했다면 국정원이 이를 놓쳤을 리 없다”고 말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재판부는 ‘쌍방울 정도 되는 규모에서 CEO가 오로지 주가 상승을 위해 (미화를 반출하는) 무모한 일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귀를 의심했다”며 “김성태는 정직하고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재판했다. 이 판결은 전제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
이날 수원지법 후문 앞에선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진보·보수단체의 치열한 장외전이 이어졌다. 진보단체 회원들은 “윤석열 퇴진” “정치검찰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재명 구속” “(이재명) 즉각 수사 특검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