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쌍방울 그룹이 북한에 보낸 수백만 달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관련 사례금’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진척이 없던 이 대표 관련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법이 지난 7일 쌍방울그룹 뇌물수수와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9년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한 파장은 이 대표에게도 미친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여했는지였다.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8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는 게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의 주된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하려고 했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를 대납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200만달러는 경기지사의 방북과 관련한 사례금으로 보기 충분하다”고도 했다.
다만 법원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거나 둘이 공모관계에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 당일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 결과를 기다려온 검찰에겐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와의 공모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다시 주어진 셈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와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백현동 사건과 대북 송금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사전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통해 차기 대선 등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이 전 부지사가 지속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이 대표의 방북을 실현시키기 위해 북한이 가장 원하는 스마트팜 지원을 약속한 배경에는 이 대표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도 했다. 이후 대북제재로 약속한 비용을 전달할 수 없게 되자 이 전 부지사는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김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사업 비용과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했고, 김 전 회장은 이를 승낙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의 전화로 김 전 회장에게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하다”고 하는 등 관련 상황을 전부 보고받고 알고 있었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당시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이 대표)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백현동 건을 분리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