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 “채 상병 특검법, 위헌성 오히려 가중됐다”···대통령에 거부권 건의

김혜리 기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가 이날 의결한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거부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가 이날 의결한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거부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채 상병 특검법’은 충분한 숙의 절차 없이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만을 내세워 강행 처리한 법안”이라며 “위헌성이 가중돼 재의요구를 대통령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논란의 진상규명을 위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15번째로 기록됐다.

박 장관은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의결된 순직해병 특검법안에 대해 여러 위헌 요소를 이유로 국회의 재의결을 요구했지만, 이번 법률안에는 이러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헌성이 더욱 가중됐다”며 “절차적으로도 20일의 숙의기간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배척하고, 여당과 충분한 합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인 입법청문회를 거친 후 수적 우위만으로 강행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장관은 “이번 법률안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야당이 행사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명 간주’ 규정까지 둬서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 “특별검사는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보충성·예외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법률안은 특별검사에게 재판 진행 중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될 뿐더러 형사법체계와 공소취소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특검에 의한 실시간 브리핑과 과도한 수사 인력 및 기간으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가 상존하고, 막대한 국민의 혈세 투입도 예상된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수사대상 공직자의 특검 수사 방해 금지 및 회피 의무 규정은 그 요건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추후 탄핵, 해임건의, 징계요구 등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고 강조한 박 장관은 “당초 재의요구 당시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헌성이 가중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해 법무부는 재의요구를 건의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 법안을 추진하는 목적이 사건 진상 규명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브리핑 이후 ‘대통령 본인이 수사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지 않으냐’는 취재진 질문에 “법무부에서 특검법안을 검토할 때 헌법 차원의 중대한 삼권분립 위반이나 보충성·예외성 그런 부분에 가장 초점을 맞췄고, 이해충돌 부분도 당연히 검토했던 걸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지금 답변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도 야당에서 특검 추천권을 가져간 적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당시엔 여야 간 최소한의 협의와 합의가 있었고 이번 사안하고는 사실관계나 배경이 다르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기자들에게 “거부권이라는 용어는 없다”는 내용의 공지를 보내기도 했다. 헌법은 대통령의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만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없는 ‘거부권’이라는 용어를 언론 등이 사용해 재의요구권에 대해 부정적인 어감을 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법무부가 입법 절차상의 용어까지 정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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