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횡령 규모인 3000억원을 횡령한 BNK경남은행 전직 간부가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BNK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모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이씨의 횡령 행위를 도운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모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2008년부터 2021년 7월까지 자신이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총 3089억원을 횡령했다. 이씨는 횡령한 자금을 골드바·상품권 구매, 부동산 매입, 골프·피트니스 회원권 구매,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알려졌던 횡령액은 총 562억원이었는데, 금융감독원 조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횡령한 총액은 3089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횡령 사고로 알려졌던 2022년 우리은행 횡령사고(668억원)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다.
재판부는 “이씨가 14년에 이르는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러온 점, 횡령액이 거액이고 이씨가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도 280억원을 초과하는 등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 금액을 횡령했을 뿐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 등 악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할 때 장기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의 범행에 공모한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씨는 2014년 경남은행 자금 20억원을 횡령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36회에 걸쳐 이씨가 약 2287억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내연녀 최모씨에게 이씨의 PC를 포맷하라고 지시해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국투자증권에 종사하면서 횡령에 가담했다는 것 자체가 종사자들의 신뢰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고, 금융시스템 신뢰 회복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은행이 입은 손해가 회복될 가능성도 낮은 점 고려하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이씨의 PC를 포맷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최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