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내 일명 ‘댓글부대’와 공모해 여론조작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들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철균·이기영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정 운영·홍보를 수행하는 공적 기관으로서 정당한 홍보활동을 할 것이란 큰 기대를 부여받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기무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활동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기무사 보안청 담당자와 부대원들에게 정부 지지 의견을 담은 트위터(현 엑스) 게시물을 ‘리트윗’(공유)하도록 하고, 정치적 의견을 담은 온라인 글들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기무사는 ‘스파르타’라는 팀을 꾸려 정치인이나 정부 정책 등을 비난·지지하는 작업을 벌이며 ‘댓글부대’ 활동을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청와대 비서실, 기무사와 함께 “(댓글 공작을)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은 (피고인들의) 지시를 받아 기무사에 전달하고, 이후 결과를 피고인들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며 “기무사 간부 및 부대원들의 관련 진술 및 결과 보고서 등과도 부합하고 기무사 간부들과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기무사 댓글부대로부터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를 보고받은 점은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최종 범행일이 2011년으로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이 전 비서관이 부임하기 전부터 검색 결과 보고가 지속되고 있었던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이 기무사에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를 녹취·요약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부대원들은 자신의 직무가 아닌데도 실적을 위해 했다고 진술했다”며 “부대원들의 행위가 심리적 의무감을 넘어 법률상 의무에 기인해 행동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