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9일 ‘공판 전 증인신문’을 열었으나 진술 청취에 사실상 실패했다. 법원에 출석한 참고인이 증언을 일절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신모씨를 상대로 공판 전 증인신문에 나섰다. 신씨는 당시 청와대에서 문 전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했다. 2018년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태국 이주 과정에 도움을 준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여러 차례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지만 신씨가 응하지 않자 신씨의 주거지 관할인 남부지법에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상 범죄의 수사에 없어선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사람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할 경우 검사는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
신씨는 법정에 출석했으나 ‘증언 거부’로 일관했다. 검찰이 정식으로 소환 통보한 적도 없는 데다 자신이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어 검찰의 기록도 보지 못한 상황에선 진술할 수 없다는 취지로 거부했다. 검찰은 “어떠한 부당한 의도를 갖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려는 것인데 증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신씨는 “검찰이 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후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에 제가 직접적으로 이 사건에 관여했다고 명시돼 있었다”며 “피의자 전환 가능성이 충분히 우려돼 전반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씨는 “공식적으로 소환을 받은 바도 없는데 소환을 거부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이 “전화해서 나와달라 했을 때 나오겠다고 했었냐”고 맞받으면서 양측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질문하고 신씨가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이 40여분 간 계속되자 재판부는 “더 질문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신문을 끝냈다. 재판부는 “증언거부권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싶어하지 아니하는 인간 본성에 기초한 권리이며 폭넓게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며 “큰 틀에서 증인의 증언거부 사유는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증인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의) 동향파악을 직접 하던 사람이라 핵심 참고인인데, 증언을 거부하는 건 최소한의 형사사법 협력을 방기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의 재판 종료에 수긍했다.
피의자 중에선 이날 신문에 참여한 사람은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뿐이었다. 검찰은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는 서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취업하고 급여 등 2억원 이상을 받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문 전 대통령과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 등에게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증인신문 기일 통지서를 보냈으나 이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 전 증인신문 절차에는 피의자가 출석할 의무는 없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이 전 의원은 영상중계로 출석했으나 신씨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