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최재영 목사가 자신이 검찰 조사 때 진술한 내용이 담긴 조서 내용을 보고 싶다고 했으나 검찰이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술조서(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를 공개하면 수사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선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 목사의 변호인 류재율 변호사는 지난 7월31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최 목사가 지난 5월13일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적힌 조서의 복사’를 신청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최 목사 측에 ‘비공개’를 통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관한 사항이 공개될 경우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어 비공개 결정했다”고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 정보 공개 예외사유를 규정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9조1항4호를 근거로 들었다.
최 목사 측은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행사하려면 진술조서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 목사는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류 변호사는 “김 여사에게 제공한 명품가방의 성격과 직무관련성에 대한 진술 내용이나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유도신문이 있었는지 등을 명확히 파악하려면 최 목사의 조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검토 중이다.
현행 법령의 대원칙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본인 진술조서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피의자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본인 진술이 기재된 부분 및 본인이 제출한 서류의 전부나 일부에 대해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해당 서류의 공개로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범인의 증거인멸·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한다고도 규정돼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었다”며 “검찰이 정보 우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사건 변호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은 “경찰에서는 가급적 공개하는 반면 검찰은 어떤 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은 진술조서에 다른 사람 진술이나 수사정보 등 외부로 유출되면 문제가 될 내용이 있다면 가림 처리를 해서라도 공개한다”고 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본인 피신조서는 공개하는 게 맞다”면서도 “검사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은 수사 중 사안에 대해 교부를 안 해주는 관행이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이 수사기록 비공개를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례도 있다. 헌재는 2003년 기소 전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이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 공개를 거부한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피구속자가 무슨 혐의로 고소인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 피구속자가 수사기관에서 무엇이라고 진술하였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피구속자의 방어를 충분히 조력할 수 없다는 것은 사리상 너무도 명백하다”며 “변호인은 고소장과 피신조서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