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수사외압’ 의혹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관계자들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사건 처분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을 네 번째로 발의했다. 채 상병 사건을 놓고 여야의 갈등이 식지 않으면서 특검법도 출구 전략이 되지 못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까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 등 채 상병 사건관계인 20여명에 대한 통신기록을 확보한 공수처는 최근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휴대전화 일부에 대한 포렌식에 성공했다. 아직까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추가 조사나 포렌식 작업이 추가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10일 ‘임 전 사단장 관련 포렌식 작업 일정이 추가로 잡힌 게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직 안 잡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절차가 끝났느냐’는 물음에도 “아니다”라며 “경찰에 맡긴 것(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이 아직 안 넘어와서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조사가 추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존장병 A씨가 지난해 10월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A씨에 대한 조사 이후 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해병대, 국방부,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지만 국가안보실 관련자들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검찰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족들은 지난 7월 임 전 사단장이 경북경찰청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은 직후 해당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유족들이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은 자동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은 사건을 검토한 뒤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공수처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상황에서 국회는 ‘또 다른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을 준비 중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추석 직후인 19일 본회의를 열어 ‘제3자 특검 추천안’을 담은 4번째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등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최종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에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야당에서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번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또다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특검법과 관련해 “여당에서도 ‘수박 특검’이라고 한다”며 “분칠한 제3자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의 특검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이 보장되지 않은 내용이라면 권력 분립 원칙에 의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특검법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