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현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대구국세청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부정처사후수뢰·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세무사 B씨와 현직 세무공무원 5명 등 6명에게는 징역 8개월∼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또 벌금 1000만∼4000만원과 추징금 800여만∼1억4800만원을 각각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A씨와 B씨는 과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은 있지만 사적 친분은 없었다”면서 “특히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A씨가 대구국세청장으로 갓 부임한 때로, 뇌물을 받으면 쉽게 그 사실이 노출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A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일자를 특정할 만한 구체적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B씨는 다른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것은 명확하게 기억하지만 A씨에게 (뇌물을) 준 것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추측에 의해 진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현직 세무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의 경우 B씨 진술의 구체성 등을 볼 때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A씨는 대구국세청장으로 일하던 2022년 8~9월쯤 세무조사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대구국세청 출신인 세무사 B씨에게서 13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여년 동안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다 2016년쯤 일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돈을 받은 현직 세무공무원 4명은 2022년부터 지난해 사이 B씨로부터 각각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금품수수 등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대구지검은 지난 3월 세무조사 무마 대가 등으로 뇌물을 받거나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 등을 적용해 A씨와 현직 세무공무원 5명 등 6명을 기소했다. 세무사 B씨와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업자 1명 등도 뇌물공여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1월 탈세 사범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관 세무사와 세무공무원들의 범행을 파악해 수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