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문세 노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 인용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변호인 측은 ‘도라에몽’에 비유해 검찰 비판
이재명 “거짓말 한 적 없어···기소권 남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결과가 오는 11월15일 나온다. 이 대표가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국회의원직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을 열었다. 결심공판은 선고 전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재판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 신분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직선거법의 적용 잣대가 달라지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다는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물거품된다”며 “선거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시킨 상황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21년 20대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 등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말하고, 같은 해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참석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국토부)의 압박 때문에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이 발언들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검찰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언론이 대장동 비리 의혹과 피고인의 관련성을 연일 보도하고, 피고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로 달한 시점에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했다”며 “당시 지지율이 박빙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거짓말은 유권자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이 명확하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또 “(국정감사에서) 미리 제작한 허위자료를 제공하며 국정감사장을 거짓말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처장을 하급직원으로 취급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도 양형 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정치적 목표를 위해 피고인의 정책을 수행하며 도움을 준 김 전 처장을 끝까지 모른 척하고, (김 전 처장의) 극단적 선택에도 조문을 안했으며, 법정에서도 하급직원으로 취급했다”고 했다. 또 “피고인의 거짓말로 국토부 공무원은 성남시 공무원을 억압하는 사람이 됐다”며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하고, 증언으로 불려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으며,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유도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형 전 최종의견을 밝히며 가수 이문세의 노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를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검찰은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라는 가사에 대해 “화자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 그래서 모르기로 한 현재의 심경을 표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노랫말이 피고인의 입장과 같아 보인다”며 “(김 전 처장과의) 교유행위는 과거 피고인에게 깊은 상처이자 불리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피고인은 김 전 처장을 당연히 알았음에도 모른다고 말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을 언급하며 검찰이 “수사기록에 없는 증거를 다수 냈다”고 맞받아쳤다. 이승엽 변호사는 “(검찰이) 마치 도라에몽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이 필요할 때마다 ‘이런 것 있어요’ 하면서 하나씩 꺼내 쓴다”며 “당연히 수사기관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기록인데 쏙 빼놓고 자기네들이 필요할 때만 꺼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국정감사 당시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면서 “(국정감사에서) 말이 좀 꼬였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질문에 대해 압축해서 답변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사적인 친분이 없었다면서 “정치라는 것을 하게 되면 인지도가 중요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상대방은 저를 기억할 수 있지만, 저는 (상대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제 기억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한 적이 없다”며 “지금 검찰은 ‘훈련된 검사들 몇몇이 일단 기소해 놓고 재판을 하면, 몇 년간 고생해서 무죄를 받더라도 인생은 끝난다’는 말을 실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런 식으로 국가 공권력을 남용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서 특정인을 표적으로 없는 죄를 만들어 저로서도 엄청나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총 7개 사건으로 기소돼 4개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이어 위증교사 혐의 사건도 오는 30일 결심공판이 진행되고, 이르면 10월 중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여러 사건이 병합된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재판은 증거 기록이 많고 사안이 복잡해 1심 선고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재판은 지난달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