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문 일가 특별관계자에서 제외”
최윤범 회장 측 ‘경영권 방어’ 가능해져
법원이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의 사내이사인 최윤범 회장,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렇게 결정했다.
영풍은 지난달 13일 사모펀드 MBK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 1주를 7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라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자본시장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140조는 공개 매수 기간에 공개 매수자와 매수자의 특별관계자가 공개 매수 외 다른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을 금지한다. 여기서 특별관계자란 매수자와 주식을 공동으로 취득·처분하거나 의결권 등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자를 뜻한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계열사 관계이므로 영풍의 특별관계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고, 고려아연이 영풍 고문 일가를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했다고 공시했으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먼저 영풍과 고려아연이 주식이나 의결권 등에 대해 명시적인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봤다. 또 고려아연이 공개 매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낸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두 회사가 공개매수자와 특별관계자 관계로 묶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영풍 측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영풍은 공개 매수로 인해 고려아연의 주가가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이사와 회사 간 이해가 충돌할 때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충실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풍 스스로도 공개 매수의 매수 가격을 66만원으로 제시했다가 75만원으로 상향한 점에 비춰볼 때 고려아연의 적정 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히 사정하기는 어렵다”며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관계자 지위가 아닌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의 심문도 이날 진행됐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현 경영진의 장부와 서류를 훼손·폐기·은닉할 가능성 매우 크다”며 회계서류를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의혹을 확산해 공개 매수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맞섰다.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 매수가 “배임 행위”라며 중지하라는 가처분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추가로 제기하고, 이에 찬성한 이사들을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