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의 한 수단으로 이른바 ‘상설 특별검사(상설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반복해 행사하자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현행 상설특검법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후 재표결 부결 끝에 폐기된 김 여사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고, 동시에 상설특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상설특검 수사 대상으로 김 여사 연루설이 제기된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들었다.
상설특검 도입 근거는 2014년 제정·공포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상설특검법에 있다.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 운영하는 개별 특검과 달리 상설특검은 이미 제정된 법률을 근거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설특검이 도입된 사례는 2020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검이 유일하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등의 여론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상설특검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개별 특검보다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상설특검은 수사 기간이 기본 60일이다. 대통령 승인을 받아 한 차례만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앞서 야권이 추진한 김 여사 특검법(최장 150일)보다 수사 기간이 짧다. 수사 인력도 파견검사 5명, 파견공무원 30명 이내로 기존 개별 특검들보다 적은 편이다.
‘셀프 특검’ 논란도 있다. 상설특검은 대통령에게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2명 중 1명을 임명할 권한이 주어진다.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관, 대한변호사협회장, 그 외 국회 추천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한다. 야당에선 정부·여당 입장을 대변할 인사가 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추천위원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되는데, 세월호 참사 상설특검 추진 때에도 여야 합의가 어려워 추천위 구성에만 6개월이 걸렸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상설특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설특검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우회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을 수사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특검은 현 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 지금의 법으로는 그런 사람을 제대로 추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은 상설특검 절차만 규정하고 있어 허술하다”며 “이번 기회에 개별특검법이 필요하지 않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 같은 제약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7일 상설특검후보 추천위 구성을 규정한 국회 규칙의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주목된다. 현재 규칙에는 국회가 추천하는 상설특검후보 추천위원 4명을 다수당(민주당)과 그 외 교섭단체(국민의힘)가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이 낸 개정안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사안의 경우 여당이 추천위 구성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칙 개정안은 상임위와 본회의 등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통과돼 확정된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동수로 추천하도록 한 것은 특검의 생명과도 같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며 “야당에서만 4명을 추천한다면 그 규칙은 위헌이고 위법이라 무효”라고 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만약 어느 한 당이 독점해서 4명을 다 추천하도록 한다면 그 법률 조항의 기본적인 의미가 상실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규칙 개정 표결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국민의힘이 헌법소원 등 법률 싸움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