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 ‘메타인지’에 있대요읽음

송현숙 기자

며칠 후면 새학기가 시작된다. 학생들이 저마다 ‘올해에는 공부를 잘해 봐야지’라고 결심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조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잘하게 될까. 전문가들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메타인지’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메타인지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 메타인지란

한 방송사에서 전국모의고사 석차가 0.1%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과 성적이 평범한 학생들을 비교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예상과는 달리 두 집단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IQ나 집안환경,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메타인지’였다. 0.1% 아이들의 메타인지가 훨씬 높았다.

무조건 오래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고 개선점을 찾는 능력이 높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무조건 오래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고 개선점을 찾는 능력이 높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자신의 ‘인지활동에 대한 인지’ 즉, 자신의 인지능력에 대해 알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가를 아는 인지능력이다. 한단계 고차원을 의미하는 ‘메타’와 어떤 사실을 안다는 뜻의 ‘인지’를 합친 용어다.

학습에서의 메타인지는 목표 설정과 계획수립, 실질적인 학습행동 전반을 학생 스스로가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더 나은 학습활동을 하는 능력으로 나타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상엔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지식과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지식 등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두번째 지식이 진짜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으면서 전교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을 보면 한결같이 메타인지가 높다고 말했다.

<혼자하는 공부가 통한다>의 저자인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메타인지 능력은 5~7살 무렵 발달하기 시작해 학령기 동안 꾸준히 향상되는데, 이미 여러 연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아이는 메타인지 활동이 그만큼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전희일 한국아동청소년교육활동연구소장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장·단점과 스스로 효율적인 학습방법을 찾고 조절하는 법을 안다”고 말했다.

■ 메타인지 어떻게 키우나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 ‘메타인지’에 있대요

메타인지에는 유전과 환경요소가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학자들은 메타인지를 발달시킬 기회를 얼마나 갖느냐에 따라 발달하기도, 퇴보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자기주도학습의 권위자인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우등생과 열등생의 메타인지 사용을 비교했다. 우등생은 공부를 하면서 끊임없이 계획과 실행, 조정, 평가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학습방법을 찾고 발전시켜 간다. 반면 열등생은 메타인지를 좀처럼 쓰지 않는다. 모르는 것도 그냥 넘어가 버리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즉흥적으로 해결한다. 이렇게 한해 두해가 지나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송 교수는 “우등생들은 문제를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쉬운 문제라도 관련 정보를 일일이 점검하고 관계를 따지는 등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당장은 이런 공부법이 시간낭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몇해가 지나다 보면 진가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희일 소장은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려면 선행학습이 아닌 복습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설정과 학교공부 집중, 복습에 중점을 둘 것 등 세 가지만 지키면 메타인지는 절로 키워진다”며 “모두들 알고 있지만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학원에서 선행학습 중심으로 공부하다 보면 제대로 모르면서도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면서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된 아이들은 시켜서 하는 공부에 익숙해져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능력도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도승이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러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메타인지의 구성요소는 크게 기획과 점검, 조절 등 3가지”라고 말했다. 기획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학습할 것인지, 진도를 어느 정도 나갈 것인지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점검은 학습을 어느정도 진행한 후 처음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는지 검토하고 이를 수정·보완하는 것이고, 조절은 자신이 학습목표에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는지를 검토한 후 학습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면 이를 조절하는 과정을 말한다. 학습시간을 늘리거나, 학습환경을 바꿀 수도 있다. 도 교수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학습습관을 점검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참조)

이규민 교수는 부모들이 자녀의 능력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은 모두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있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학습계획을 모두 짜놓는다”면서 “아이들 스스로 전략적 사고를 할 기회가 없으면 아이들의 메타인지는 퇴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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