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비 폭등 못 참아” 대학생들 뭉쳤다

백인성 기자

연세·서강·홍익 3개대 총학 ‘주거네트워크’ 결성

5년간 서울 신촌에서 하숙을 해온 고인수씨(27·가명)는 지난 3월 개학을 앞두고 서울 구로동으로 하숙집을 옮겼다. 하숙비가 너무 올라서다. 고씨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월 25만원쯤이던 하숙비는 45만원이 됐다. 고씨는 인근의 하숙집으로 옮기려 했지만 하숙집 주인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가격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서강대·연세대·홍익대·이화여대 주변을 뒤져봤지만 하숙집 주인들은 ‘40만원 이하는 곤란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싼 대학생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신촌지역에는 거의 없어서 결국 하숙집을 옮겼다”고 말했다.

하숙비 인상에 뿔난 대학생들이 뭉쳤다. 연세대와 서강대, 홍익대 총학생회는 최근 서울 창천동 창천문화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촌·홍대지역 대학생 주거네트워크’를 결성했다고 25일 밝혔다.

연세대 ‘민달팽이유니온’처럼 대학 주변 주거정보를 수집하는 이들은 있었지만 한 지역 내 여러 대학 학생들이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로 힘을 합친 것은 처음이다. 신촌 대학생들이 직접 주거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폭등하는 주거비 때문이다. 5년 전 20만원이던 이 일대 하숙비는 올해는 평균 40만원으로 2배나 올랐다. 생활비를 합치면 매달 100만원 가까이 필요한 셈이다.

서울지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5% 내외지만 그나마 신촌지역은 평균치 이하로 알려져 있다.

주거네트워크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축으로 대학 인근 하숙비를 조사해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정보 부족을 이유로 하숙비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주거네트워크는 다음달까지 대학별 하숙집 수십곳의 실제 가격과 인상률도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학생들의 제보를 통해 가격정보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전용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제작은 홍익대 총학생회가 맡는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기숙사 부족과 하숙촌 월세 인상은 그저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이젠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 지자체 및 정부에 대학생 주거문제에 대한 각종 정책과 대안을 연구하고 실현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이 같은 대학생들의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음달 3일 홍대에서 주거네트워크와 공동 정책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대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사이트 구축과 애플리케이션 제작비용 지원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가격 정보가 공유되면 집주인들이 일방적으로 하숙비 결정을 주도하는 구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보 공유가 하숙비 하향 안정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YMCA가 지난해 10~12월 수도권에서 자취·하숙을 하는 대학생 52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는 학기가 바뀔 때마다 가격이 인상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35%는 집세 인상을 피해 더 싼 곳이나 통학거리가 더 먼 곳으로 이사했다. 응답자들은 집세 인상 요인으로 물가상승(42%)과 대학가 집주인들의 담합(39%)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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