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애니메이션 제작비 보탠 광주 풍영초 4학년 학생들
광주 풍영초 4학년 6반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의 강연을 들은 뒤 박 사무총장(왼쪽에서 여섯번째), 백성동 교사(다섯번째)와 책 <청년노동자 전태일>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백성동 교사 제공
3주간 학생들이 직접 고른
전태일 전기 함께 읽고 토론
21명 용돈 모아 제작비 모금
2020년 개봉 목표 작업 중
광주 광산구 풍영초교 4학년 6반 학생 21명이 하루 용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돈이 4만원가량 됐다. 담임 교사가 나머지를 보태 10만원을 만들었다. 이 돈은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다룬 극장판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비에 보탰다.
아이들과 교사는 지난 3일 이 돈을 기부하며 “6학년이 되면 다시 모여 <태일이>를 보러 극장에 가자”고 약속했다.
학생들이 전태일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1월이다. 4학년 6반은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읽는 ‘온작품 읽기’라는 3주짜리 교과 과정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고른 책은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동화 <오월의 달리기>를 읽었다.
수업 시간에 함께 책을 읽고 토론했다. 1970년 11월13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274번지 평화시장 앞 도로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의 죽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전태일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했다. “월급이 적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적었나요?” “전태일 열사의 가족들은 어떻게 생활했나요?”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후 근로기준법은 잘 지켜졌나요?” 등 질문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전태일이 겪은 시대를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어린 전태일이 동생들을 데리고 가출해 집 밖에서 잠을 자야 했던 이야기나, 어린 나이에 생계를 꾸리려고 힘든 노동을 이어갔던 삶을 진지하게 지켜봤다. 어려운 내용은 교사와 함께 이야기하며 꾸준히 책을 읽어갔다.
담임 교사 백성동씨(29)는 27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전태일의 삶을 접한 뒤 아이들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하거나 다른 주장을 펴며 서로 설득했다. 스스로 한 학급의 구성원이라 여기며 교사와도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전태일이나 광주 시민들이 모두 평범한 민중이었고, 그들이 겪은 일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걸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전태일 독서와 기부 경험이) 부당한 것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토대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풍영초 학생들에게 전태일의 삶을 들려줬다. 박 사무총장은 “이미 책을 읽은 뒤라 아이들이 몰입해서 강연을 들었고 다양한 질문을 미리 준비해 물어봤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았던 이들이 많다며 영화 <1987>을 예로 들었는데, 15세 이상 연령 제한 때문에 영화를 못 봤다고 했다”며 “전태일 애니메이션이 곧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니 좋아했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의 강연은 영화 제작비 기부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2020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과 캐릭터·배경 작화를 하고 있다. 전태일재단은 제작비 마련을 위해 1억원을 목표로 오는 2월19일까지 모금운동을 진행한다. 27일 현재 4125만1824원(41.2%)이 모였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동 양극화, 청년세대 절망이 심해지는 지금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한 전태일 정신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절실하다”며 “<태일이>는 전태일 정신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영화로 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