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소송 나섰지만 14개월째 무소식…“일부 대학생은 이미 졸업”

이하늬 기자

건국대에 재학 중인 김민경씨는 ‘코로나 블루(우울·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학교 도서관 역시 문을 닫아 반지하 자취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탓이다. 또 지난 학기에는 생활비 대부분을 카페 비용으로 써야했다. 등록금 330만원을 납부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학교 공간이 없어서다.

김씨는 “실기 수업을 듣는 친구는 실기실 사용이 어려워 동기와 돈을 모아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고, 예술대에 다니는 친구는 집에서 목판화 과제를 하다 연기와 탄내에 쓰러질 뻔 했다”며 “이런 현실에도 지금까지 돌려받은 돈은 특별지원장학금 1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를 상대로 등록금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등록금반환소송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대넷 제공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등록금반환소송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대넷 제공

22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김씨처럼 등록금반환소송을 제기한 대학생은 전국 3100여명이다. 이들은 대학이 비대면 수업의 질을 담보하지 못했고, 학교 공간을 사용하지 못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본부를 상대로 지난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반환금액으로 사립대는 1인당 100만원, 국립대는 1인당 5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4개월이 되도록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소장을 접수한 지 10개월이 지난 올해 5월에야 1차 변론기일이 잡혔고, 지난 16일이 2차 변론기일이었다. 전대넷에 따르면 최근에야 일부 학교법인들이 법원에 관련 문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재판 진행 속도대로라면 1심 판결은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길어지는 소송 기간에 많이 지쳤고, 이미 올 2월 학교를 졸업한 경우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소송을 취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송에 참가한 학생은 지난해 3500여명에서 현재 3100여명으로 줄었다.

전대넷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전공 교수나 학교 관계자가 학생에게 소송을 취하하라고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고 교육부 역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실제 한 학교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을 일대일로 면담해 소 취하를 설득, 학생 50명이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비대면 강의의 질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대넷이 실시한 조사(대학생 2484명 대상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원격수업관리위원회(위원회) 제도의 실효성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체감한다’는 답변은 12.2%에 머물렀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 관련한 불만이 속출하자 지난해 8월 원격교육지원센터 설치·운영 및 원격수업관리위원회 학생 참여를 의무화한 바 있다.

이민지 한국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교수님들이 비대면 수업에 너무 적응하셨는지 찍어둔 녹화강의를 재사용하는 등 아주 편하게 수업을 하고 있다”면서 “위원회를 발족해 강의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은 허울뿐임이 드러났다. 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는 학교가 몇 곳이나 되나”라고 비판했다. 전대넷 등 대학생들은 반환소송을 비롯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달 30일 집단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Today`s HOT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2024 파리 올림픽 D-100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