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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성적조작했던 진주교대, 수시 학종에서도 입시부정 있었다”읽음

이하늬 기자

장애인 대상 입시 전형에서 성적 조작과 차별 등으로 교육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진주교대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도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등 입시부정을 저지른 정황이 확인됐다.

입시설명회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준헌 기자

입시설명회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준헌 기자

30일 경향신문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018학년도와 2019학년도 진주교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법으로 금지된 고교등급제(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제도)가 적용된 사례와 블라인드 면접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모 당시 입학관리팀장은 2017년 9월 입학사정관들에게 “경남 지역 고등학교를 내가 다 분류를 했다. 플러스는 일단 내가 볼 때는 합격권에 와야할 것 같다. 마이너스는 내려야 할 애들”이라며 “거제 OO고 다 정리해놨다”고 말한다. 특정 고교 출신의 선발 또는 배제를 유도하는 것으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팀장은 입학사정관들에게 자신이 만든 자료를 건네며 “보고 평가에 참고해달라”면서 “어디가서 잃어버려서 다른 애들 손에 들어가면 나는 뒷감당 안 한다”고 말한다. 노골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하고 다른 입학사정관들에게도 이를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 팀장은 같은 해 10월에도 “학교가 후진 데는 다 C·D를 줬다”고 말하고, 다른 입학사정관이 “좋은 학교도 C를 주신 것 같다”고 하자 “좋은 학교가 없는데?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그 학교는 안 온다고 보고 평가를 했다”고 말한다. 해당 자리에 있었던 입학사정관 A씨는 “지역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주교대가 학생의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고 밝혀왔던 것과 달리 이 원칙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18년 11월 박 팀장과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면접관인 교수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OOO교수 (면접조에) 특성화고가 있죠? 정보고, 특성화고”라며 “알고는 계셔야 하니까, 섞여있다고 말씀을 드려야” 등의 대화를 나눈다. 면접관들에게 지원자의 출신고교를 알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박씨는 2016~2018년 중증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을 수 차례 조작해 입시부정과 장애인차별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진주교대에 2022년도 총 입학정원 10% 모집정지 처분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진주교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진주교대는 고교등급제를 전혀 시행하지 않으며, 시스템상 고교등급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녹취록을 보면 블라인드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이 서류성적이 좋으니까 1단계를 통과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면접관에게 인적사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해당 학생에 대한 차별이며, 탈락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장애학생 성적조작이 알려지면서 진주교대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교육부는 해당 사건만 조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학생의 성적을 조작한 학교라면 다른 입학 전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교육부는 제보된 내용에 국한해 조사했다”며 “수시를 공정히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까지 신뢰가 깨질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니 그 뿌리부터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그 진상을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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