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금지’ 조항 있는데도… 여수 실습생 ‘잠수’시켰다

강현석·이호준 기자

현장실습협약서에 ‘금지’ 명시

교육부, 제도 개선 공동조사

전남 여수에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현장실습 열흘 만에 사망한 사고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실습 기업과 학생, 학교장이 맺은 표준협약서에는 실습생 특별보호를 위한 조항이 있는데 ‘(관련법이 규정한) 위험한 사업(작업)에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험한 작업에는 ‘잠수작업’이 포함돼 있다.

10일 전남도교육청이 학교에 배포한 ‘2021학년도 전남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과 현장실습 관련 서식’을 보면 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작성한다. 현장실습협약서는 현장실습기관 대표와 학생, 학교장이 서명하도록 돼 있다. 지난 6일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잠수작업을 하다 물에 빠져 숨진 홍정운군(17)도 이 협약서를 작성했다. 잠수작업은 현장실습협약서에서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는 작업이었다. 협약서 제10조는 ‘현장실습생 특별보호’ 조항으로 현장실습기관이 실습생에게 시켜서는 안 되는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현장실습생을 근로기준법 제65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 별표4에서 정하고 있는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서 제5조 ‘현장실습생의 신체적 부담 능력을 고려하여 현장실습 과제를 부여해야 한다’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업체는 물을 무서워하고 잠수 자격증도 없는 홍군에게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들어가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켰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0조는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사용할 수 없는 직종을 표로 명기하고 있는데 ‘잠수작업’이 가장 먼저 제시돼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안전관리가 허술한 조건에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잠수작업 지시를 받았고 차가운 바다에서 죽음에 이르렀다”며 “교육부와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직업계고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몰고, 기업체는 학생들을 저임금 노동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날 전남교육청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공동조사단을 구성, 향후 현장실습 안전확보를 위한 보완 등 후속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전남교육청의 공동조사는 사고 원인과 과실에 대한 여수 해양경찰의 조사나, 지방노동관서의 노동 관련 조사와 별개로 진행된다.

공동조사는 현장실습 과정에서의 법령 위반사항을 포함한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을 실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부·교육청 관계자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등 노동 및 현장실습 관련 전문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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