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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해법이라던 공영형 유치원 전환, 결국 중단 수순

이하늬 기자

2018년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해법으로 추진됐던 공영형 유치원 사업이 내년 이후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들의 호응이 저조한 가운데,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이런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모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책 자체가 흐지부지되버린 셈이다.

시민단체들이 201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시민단체들이 201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12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공영형 유치원 신규 선정을 하지 않으며, 광주와 강원도에 위치한 공영형 유치원 두 곳에 대한 지원도 올해가 마지막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은 공영형 유치원을 사립유치원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공영형 유치원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공립에 준해 운영되는 유치원이다. 유치원은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8년 11월 서울의 공영형 유치원 두 곳을 방문해 “공영형 유치원 확대를 통해 국공립과 사립이 함께하는 방안을 만들겠다”며 “공영형 유치원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9년에도 공영형 유치원 30개원을 추가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지난 현재 공영형 유치원은 서울 4곳, 대구 3곳, 광주 1곳, 강원 1곳 등 총 9개원에 불과하다. 내년부터는 광주·강원 2곳에 대한 지원이 사라져 사실상 공영형 유치원은 7개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 뜻대로 되지 않자 조용히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공영형 유치원도 불안불안한 상황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비교적 최근에 공영형 유치원으로 전환한 곳들은 약속된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언제 사업이 종료될지 몰라 조마조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책 초기부터 이런 우려가 나왔다는 점이다. 사립유치원이 공영형으로 전환하면 더 이상 설립자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 지원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면 사립유치원이 공영형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강원도 공영형 유치원 A원장은 “당시 정부는 사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공공성 강화에 동의했고 정부를 믿었기 때문에 법인으로 전환했던 것인데 믿은 사람만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은 공영형으로 전환한 이후 국공립수준의 원비를 받았고 교사 월급 또한 국공립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급해왔다.

정책 중단에 따른 피해는 학생·학부모들에게도 돌아가게 됐다. 강원도와 광주 유치원 재원생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기존보다 비싼 원비를 납부하거나 다른 유치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사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 3년의 기한을 주고 이후 교육청에서 이어받도록 하려고 했는데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교육청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며 “특별교부금 사업 원칙을 위배할 수 없고 시도교육청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대적으로 정책을 홍보하다가 이렇게 중단해버리면 어떤 사립유치원이 정부를 믿고 사업에 참여하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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