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면 엄마 아빠 안아주고 친구들이랑 놀거예요”…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맞는 수능

박채영·유선희·손구민 기자

시험장 앞 응원온 가족·친구들 ‘북적’

경찰·수송 봉사자들, 지각 수험생 지원

전남선 학생 194명 탄 버스 에스코트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 친구들이 응원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 친구들이 응원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창길 기자

“시험이 끝나면 먼저 엄마, 아빠를 안아주고 친구들이랑 놀러 갈 거예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8일 아침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 리라아트고 3학년 이준서양(19)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친구 3명과 셀카를 찍었다. 체육학과에 가고 싶다는 이양은 “19살의 마지막 추억으로 남기려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며 “시험이 끝나면 엄마 아빠를 안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단체응원이 2년째 없었지만 시험장 앞은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가족과 친구들로 북적였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가족끼리 꼭 껴안고 준비물을 챙겨주는 모습이 보였다. “사랑한다” “파이팅” 등 응원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수능 한파’ 없는 날씨에도 따뜻하게 갖춰 입은 수험생들은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에 들어갔다.

수능을 치르는 딸을 들여보내고도 교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임모씨(52)는 “우리나라 입시에서 수능이 가장 큰 일이잖느냐. 무사히 건강하게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씨(50)는 “아이가 얼마나 떨리겠나. 떨린 마음 붙잡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응원 부럽지 않은 이색 응원도 눈에 띄었다. 최유진(20)씨는 두 번째 수능을 치르는 재수생 친구를 위해 전면에 호랑이 얼굴이 크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응원에 나섰다. 최씨는 “친구가 ‘호랑이 기운’을 받았으면 해서 깜짝 이벤트로 호랑이 티셔츠를 입고 왔다”며 “친구가 코로나19 시기에 수능 준비를 하면서 힘들어해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실 시간인 8시10분에 임박하자 경찰 순찰차나 수험생 수송 봉사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한 수험생들도 보였다. 매년 수능 날마다 수험생 수송 봉사를 하고 있는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과 전국모터사이클동호회모닝캄은 이날도 서울 29개 역 앞에서 수험생 수송 봉사에 나섰다. 서울 반포고에는 8시가 넘은 시간까지도 머리에 까치집을 한 수험생이 수송 봉사 오토바이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수능 끝나면 엄마 아빠 안아주고 친구들이랑 놀거예요”…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맞는 수능

경복궁역 앞에서도 오전 6시30분부터 라이더 5~6명이 오토바이를 대기시켜놓고 수험생을 기다렸다. 정운상씨(51)는 입실 시간을 15분가량 남겨두고 택시에서 내리며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한 수험생을 시험장까지 태워다 줬다. 수험생을 태워다 주고 돌아온 정씨는 “학생이 3~4분 정도 남기고 시험장에 들어간 것 같다. 오늘도 한 건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수능날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 오토바이에 태워달라는 수험생도 있었다. 오전 7시20분쯤 어머니와 경복궁역에 도착한 한 수험생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수송 봉사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아들을 오토바이에 태워보낸 박사란씨(50)는 “시간에는 여유가 있었는데 아들이 추억을 만들고 싶은지 ‘엄마, 나 오토바이 탈까’해서 결국 오토바이에 태워 보냈다”며 “아들이 긴장을 안 하는 것 같아 나도 안 떨린다”고 말했다.

경찰도 1만2557명의 인력과 순찰차 1934대, 오토바이 417대를 투입해 시험장 주변 교통관리와 수험생 지원에 나섰다. 전남 화순에서는 수험생 194명이 탑승한 관광버스 4대가 교통 혼잡으로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가 경찰 순찰차의 에스코트로 제 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서울 구로구에서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수험생을 돕기 위해 경찰이 수험생 집까지 찾아가 시험 시작 전에 가까스로 신분증을 전달한 일도 있었다. 전남 목포에서는 손목시계를 가져오지 않은 재수생을 위해 교통경찰관이 손목시계를 빌려줬다.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종료 30분 전부터 서초고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부모들은 아이가 교문 밖으로 나오자 두 팔을 벌려 “수고했다”며 격려했다. 학부모 김모씨(51)는 “그동안 고생했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 반찬을 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수험생 장지훈군(19)은 “한국사를 가장 신경써서 공부했는데 다행히 쉬웠다. 후련한 마음으로 시험을 마쳤다”며 “그동안 갖고 싶었던 휴대폰을 바꾸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정송천군(19)은 “이과인데 수학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과가 아쉬울 것 같지만 그래도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집에 가서 푹 자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치러진 두번째 수능이지만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수험생들은 “모처럼 바람을 쐬러 간다”며 들뜬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수험생 권석진씨(21)는 “국어와 수학 체감 난이도가 높았는데 일단 끝났으니 다 잊고 친구들과 회포를 풀러 갈 생각”이라며 “코로나19로 컨디션 관리도 힘들었는데 오늘 만큼은 편히 놀고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모군(19)은 “체육과 지망생이라서 바로 운동을 시작해야 하지만 그래도 며칠은 쉬면서 가족끼리 국내 여행을 잠시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반포고 앞에는 수험생들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헬스장과 미용실 할인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