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 특수학급 설치 반발하는 사립고

민서영 기자

학생 4명 배정받은 한영고, 협의 절차 문제 삼아 설치 거부

서울시교육청 “법률 자문 요청”…국공립 고교는 포화 상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관내 사립고 4곳과 공립고 1곳에 특수학급을 새로 설치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사립학교가 협의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영고는 지난달 20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2학년도 특수학급설치 지정에 대한 종합의견’에서 “교육감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에서 사립학교에 특수교육 대상자 위탁 교육을 위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10개월 전까지 교육 여건과 인원, 기간 등에 관해 학교장과 협의하도록 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영고, 한영외고, 한영중, 한영유치원 등 재단 소속 4개 학교가 시설을 공유해 교육공간이 협소한 점, 교내 전반에 턱이 많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 학생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점을 들어 특수학급을 당장 설치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 측은 ‘한영 학교 안전 및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특수학급의 정상적인 협의 절차를 요구한다’는 플래카드를 교문에 걸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통상적인 절차를 따랐다고 반박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11월 초에 특수학급 관련한 공문을 보냈고 이후 학교에 방문해 관련 안내를 했다”며 “특수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위탁 교육을 하기 위해선 10개월 전까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저희는 (특수교육을) 위탁 교육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법률 자문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설 미비 문제에 대해선 “협의가 된 후엔 시설 지원을 다 해준다”면서 “사립학교의 경우 공립학교에 비해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있는 걸 감안해 학생 배정을 한다. 한영고의 경우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이동에 불편이 없는 장애 학생 4명을 배정했다”고 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공립 고교의 정원은 포화 상태이다. 전국 특수학급의 91.8%가 국공립 고교에 있다. 서울에서 학생 정원(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을 초과하는 ‘과밀지원’ 학교는 23개교에 달한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전체 95개교 중 11개교만 사립고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공립고는 설치할 대로 다 설치한 상태이고 학생 수가 늘어나다 보니 사립고 설치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영고 관계자는 “특수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준비가 안 돼 있는데 학생들을 받아 분쟁이 일어나면 학생들 가슴에 못을 박는 것 아니냐. 확실히 준비가 된 상황에서 2023년에 특수학급을 설치하자는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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