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는 우린데…교사·학생 목소리는 어디 있나요?

남지원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소 기표소에 기표용구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소 기표소에 기표용구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중 대한민국 교육감 선거에서 가능한 일은 무엇일까. ①서울지역 공립초등학교에서 20년 근무한 초등교사 김스승씨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다. ②강릉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인 최공부양이 강원도교육감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 ③충남의 한 대학 총장을 3년간 지낸 전직 국회의원 이정치씨가 충남도교육감에 당선된다. ④서귀포의 공립유치원 교사 박유아씨가 제주도교육감 후보의 유아교육 관련 공약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이 후보를 뽑자”고 쓴다.

정답은 3번이다. 먼저 현직 교사와 공무원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9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교사들은 교육현장의 전문가로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정치중립 의무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를 공개지지하거나 공약에 대한 의견을 표시할 수 없다. 투표권은 만 18세부터 주어지기 때문에 고3 일부를 제외한 학생은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교육감 후보자의 자격은 ‘시·도지사 피선거권이 있고 후보자등록 전 1년간 정당 당원이 아닌 사람’ ‘교육 관련 경력을 3년 이상 갖춘 사람’ 이기 때문에 실제로 전직 의원 등 정치인들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도 한다.

‘교육의 3주체’라고 불리는 학생·학부모·교사 중 학생은 투표를 할 수 없고, 교사는 출마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8~1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교원 333명 중 77.4%가 “교육감 선거에서라도 교원 참정권 제한을 모두 또는 일부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원의 정치중립 의무’가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철저’가 명시됐다. 계획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정부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 준수를 위해 시·도교육청별로 연수도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고3 수업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이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선거운동, 정치자금 후원 등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며 교사 1만4775명이 참여한 ‘정치기본권 쟁취 교사선언’을 25일 발표했다. 교사들은 선언문에서 “근무 외 시·공간에서는 시민으로서의 권리행사가 보장돼야 한다”며 “교육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교육정책에 관여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놓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업무 외 시간에도 교사·공무원 정치활동을 제한한 것이 고용·직업상 차별철폐를 규정한 ILO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등교시간과 교육과정, 시험 횟수부터 급식까지 교육감이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만 학생들은 아예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청소년이 처음으로 교육감을 뽑을 수 있게 됐지만 생일이 지난 고3 일부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을 뿐이다. YMCA 등 청소년단체들은 교육감 선거에 한해 참정권을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인 만 16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일반고에 다니는 A양(16)은 “교육감은 우리 일을 결정하는 사람인데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어야 하고, 학교와 별 상관도 없는 어른들이 교육감을 뽑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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