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 환율, 돈풀기 정책···하반기 물가 6%가나

이호준 기자
전국 경유 판매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달 27일 서울지역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경유 판매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달 27일 서울지역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4년 만에 5% 넘게 상승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올 2월까지 3%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는 거의 매월 0.7%포인트씩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코로나19가 재확산을 반복하고 있어 추세가 꺾일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달러강세로 환율이 치솟고, 정부가 추경으로 62조원을 시중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에는 6%물가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 물가폭등 최대 변수 국제 원자재 시장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다. 지난 3월 이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국제 유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 합의 등에 따라 다시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가동을 중단했던 공장들이 다시 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수요확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수급불안을 키웠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70%를 수입 금지하고 연말까지 이를 90%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북해산 원유인 브렌트유 가격이 요동쳤다. 브렌트유 가격 상승은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유 등 다른 국제유가를 자극했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다음달부터 하루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제유가를 꺾지는 못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공산품과 서비스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공급망이 훼손된 국제곡물가도 좀처럼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소의 ‘국제곡물 5월 관측’ 자료를 보면 국제곡물 5월 관측’을 보면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9.9, 사료용 158.9로 전망됐다. 전분기 대비 사료용 곡물지수는 10.7%나 증가했는데, 3분기 사료용 곡물전망은 169.7로 2분기와 비교해서도 6.8%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밀과 옥수수 주요공급국가인 우크라이나는 이미 올해 농사를 망친 상태여서 내년까지도 주요농산물 가격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환율도 물가 상승 부채질

국제원자재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물가는 업친데 덥친 격이 된다. 1달러가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면 국내 소비자는 1000원에 살수 있던 1달러짜리 수입상품을 2000원에 사야해 물가가 2배 오르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환율이 절하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은 이때문이다.

4월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상승해 6년2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03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9년 동안의 월별자료를 이용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했는데 전년 같은 달 대비 환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생산자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이를 토대로 올 1분기 원달러 환율 변화(8.2% 상승)가 올 1분기 물가를 0.7%포인트로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가 아닌 3.1%로 낮아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풀린 돈, 풀릴 돈…돈풀기 정책 부담도

돈을 묶어도 잡히기 어려운 물가인데, 하반기에는 돈풀기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최종 추가경정예산은 정부안 36조4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이나 증액되면서 총 39조원의 돈이 하반기에 풀린다. 지자체가 풀 돈까지 합치면 모두 60조원이 넘는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손실보전금 신청 사흘째인 2일 12시 기준 총 309만개 업체에 18조9100억원이 이미 지급됐다. 3일만에 2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시중에 유입됐다는 애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서 정부안 기준 추경이 물가 상승률을 0.16%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추정했는데, 국회에서 추경 규모가 더 커지면서 물가 견인 효과는 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다 6·1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당선자들이 GTX신설, 광역철도건설, 안심소득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공약과 서민현금 지원안을 내놓으면서 시중 유동성은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돼지고기 등 주요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애는 할당관세 적용, 수입품 부가가치세 인하 등에 불과하다. 정부 자체적으로도 0.1%포인트 물가하락 효과만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Today`s HOT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