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 오후 8시까지·방과후 과정 확대 ‘초등 전일제학교’도 논란읽음

남지원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사실상 철회된 가운데 정부가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늘리고 방과후수업을 확대하는 ‘초등 전일제 학교’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공간이 충분치 않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 교육과 돌봄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반면 맞벌이 학부모들의 현실 등을 고려하면 양질의 학교 돌봄 기능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해, 교육부가 앞으로 상반된 요구들을 세밀하게 조율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1일 성명을 통해 “학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초등 전일제학교 도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초등 전일제학교와 돌봄교실 확대를 보고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는 ‘초등 전일제학교’를 내년부터 운영해 2025년까지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맞벌이 학부모 등의 수요를 반영해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초등 돌봄교실은 올해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 행정업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운영하고 행정 전담인력을 배치하겠다고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관련 전담기관에서 회계와 민원 등의 업무를 모두 실시하는 등 교원 행정업무 부담을 현재보다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10월 중 상세 시행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교육시설인 학교에서 돌봄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돌봄 수요가 높은 지역은 과밀학급, 거대학교인 경우가 많아 신축이나 증축 등이 아니라면 특별실을 돌봄교실로 변경하거나 돌봄 겸용교실을 늘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결국 정규교육과정을 침해하고 방과후 활동 및 돌봄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어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국가책임 하에 예산을 확충하고 돌봄교실을 지자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학교와 교사에게 돌봄과 방과후학교 업무를 짐지우는 방식의 초등 전일제학교 운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육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둔다 해도 학교와 교사가 책임과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며 “초등 전일제학교가 아닌 ‘방과후센터’로 명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해야 하며, 학교는 공간을 지원하는 정도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오후 1~2시에 하교하기 시작하면서 ‘돌봄 공백’에 맞닥뜨려 경력단절을 고민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학교 돌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학부모단체 등에서는 “양질의 학교 돌봄이 교육복지의 척도로서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권은숙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보육과 교육을 분리하면 안 된다. 학교는 교육만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돌봄도 같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다만 학교의 돌봄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돌봄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대책도 함게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어른들도 직장에 오래 있으면 힘든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오래 있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라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낮잠을 잔다든지 누워서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안락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저녁 늦게까지 남는 아이들에게 간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등의 세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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