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자유민주주의 명기’ 의견 수렴 ‘졸속’읽음

남지원 기자

법정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 시안 공개 전 단 1차례만 열어

“운영위원회 논의 거쳤다”는 브리핑과 달리 심의·의결 안 해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마련하면서 법정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를 시안 공개 전날 단 한 차례만 연 것으로 확인됐다. 법령에 규정된 심의·의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교육부는 연구진 동의 없이 ‘자유민주주의’ 등 쟁점 용어를 수정한 이유로 교육과정심의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들었지만 정작 의견수렴 기구는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교육부가 ‘국민 의견’을 방패 삼아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 수정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 말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첫 시안을 공개한 뒤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가 열린 것은 지난 7일 오후 단 한 차례뿐이다. 교육부는 하루 뒤인 지난 8일 행정예고 시안을 완성해 출입기자단에 미리 제공했고, 9일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교육과정심의회는 대통령령인 교육과정심의회 규정에 따른 법정위원회로, 운영위원회와 교과별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정책연구진과 이견이 있었던)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용어에 대해서는 각론조정위원회와 개정추진위원회, 법정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에 올려 논의를 거쳐서 수정·보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운영위원의 말은 다르다. 이날 회의는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 등을 명기한 시안을 들고 와 쟁점사항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시안을 확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으로만 의견을 수렴한 셈이다.

교육과정심의회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운영위원 가운데는 자유민주주의 명기 등 교육부의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위원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민주주의 명기 등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는 한 운영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6일 발생한) 영등포역 탈선 사고로 (7일에도) 열차가 지연되면서 불참자가 많아 회의가 내실 있게 진행되기도 어려웠고, 교육부 안에 반대 의견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교과별 위원회인 교육과정심의회 역사과위원회는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 여부에 대해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과위원회 한 위원은 “교육과정 시안 공개 후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는 문제 등을 주로 논의했으며 자유민주주의 용어 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운영위원회 이외에도 각론조정위원회나 개정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운영위원들 대부분은 (교육부 안에) 동의를 해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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