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지운 새 교육과정에 반발 확산··· ‘졸속 의견수렴’ 논란도 계속

남지원 기자
‘성소수자’ 지운 새 교육과정에 반발 확산··· ‘졸속 의견수렴’ 논란도 계속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표현이 삭제된 데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육부가 의견 수렴을 졸속으로 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교육부에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14일까지 서명운동을 벌였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일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라는 표현을 정책연구진 동의 없이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라고 수정한 새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성소수자라는 용어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에 성소수자에 대해 교육하면 성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지개행동은 성명에서 “성소수자라는 표현이 단순히 누락된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데 대해 분노한다”며 “이는 이미 학교에 존재하는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를 지우는 것일 뿐 아니라 성소수자 정체성이 교육 등 외부적 영향에 의해 ‘조장’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인 관점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또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인 청소년기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평등하게 관계맺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는 이미 성평등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재생산권 등 인권의 원칙과 과학의 발견에 입각한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한 이번 개정안 행정예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교육과정 개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 용어 추가와 ‘성소수자’ 삭제 강행에 대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견수렴을 위한 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가 법령에 명시된 대로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회의를 운영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지난 7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성소수자 용어를 제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조정안에 위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만든 조정안을 놓고 의견을 청취하는 데 그쳤다고 자인한 셈이다. 일부 위원들은 ‘자유민주주의’ 쟁점 등에 대해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교육부가 찬성 의견을 낸 것처럼 포장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회의에서 교육부 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정성식 운영위원은 “교육부가 현재 시안대로 교육과정 고시를 강행할 경우 심의회에서 거쳐야 할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회의 요약본 외 전체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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