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지 마라” “개꼰X” 악플 마당 된 교원평가···교원단체 “폐지를”

김나연 기자

악플 무법지대 된 자유서술식 교원평가

학생들, 익명성 악용해 교사 모욕

교육부 “필터링 강화” 교원단체들 “평가 없애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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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원평가를 하면서 서술형 답변에 교사를 향한 성희롱성 글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성에 기대 교사에게 ‘악플’과 다름없는 글이 쏟아진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교원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5일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원단체들은 필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현행 교원평가 방식을 전면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교원평가는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교육 활동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2010년 도입됐다. 매년 11월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에 교사의 수업과 지도내용을 객관식·자유서술식으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익명으로 교사에게 전달된다. 교사는 평가 결과를 보고 다음 학기 능력개발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교사단체들은 이전에도 자유서술식 교원평가가 교사에 대한 악플을 무분별하게 써내는 장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해왔다. 앞서 교사노동조합연맹은 2019년 교사들이 “‘나대지 말라’ ‘쓰레기다’ 등 외모 비하와 성희롱이 담긴 교원평가 내용을 제보하며 모욕감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교사 15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2.8%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는 이유로 자유서술식 교원평가가 변질했다고 답했다. ‘평가 결과가 전문성보다 인상 평가로 이루어진다’는 응답도 64.7%에 달했다.

현장 교사들도 교원평가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낸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지난해 교원평가에서 ‘00야 연극은 그만해라’ ‘개꼰x’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개인적 감정이 쌓였던 걸 교원평가에 그대로 쓰는 학생이 많다”며 “수업에 사기가 떨어진다”고 했다. 영어교사로 일하는 B교사의 교원평가에는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라’ ‘놀게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B교사는 “정당한 수업 진행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적혀있으니 교원평가의 의미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교원평가를 지난해 4월 재개하면서 욕설이나 성희롱 등 부적절한 서술형 답변을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금칙어가 포함된 답변은 교사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자동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적용했으나 학생들이 단어 사이에 숫자를 끼워 넣는 등의 방법을 써서 시스템이 무력화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5일 “필터링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강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원평가 체제에 대한 점검은 아니”라며 “서술형 항목 폐지 계획은 없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이참에 교원평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원평가가 교사들에게 자괴감과 모욕감을 주는 게 명백한데 필터링만 강화하겠다는 건 무책임하다”며 “근본 대책은 교원평가 폐지”라고 했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금칙어 없이도 교사를 모욕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객관성 없는 자유서술식 평가부터 우선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권 침해를 조장하는 교원평가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원평가의 목적과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이 기회에 교원평가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기능을 개선하도록 평가 방식을 재구조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도 “수요자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긍정적 측면은 있지만 평가의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제도의 필요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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