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길다고 좋은 교사 되나” 교육전문대학원, 실효성 미지수

김나연 기자

교육부, 올해 교육전문대학원 2곳 시범운영

교대 학생들 “전문성 핑계로 교사 정원 감축”

교사 되는 데 비용·시간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나연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나연 기자

교육부의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 계획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년에서 6년으로 단순히 재학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으며 교사가 되는 데 드는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0개 교육대학 및 초등교육과 학생회가 모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회(교대련)는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전원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 강화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성예림 서울교육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회견에서 “단순히 지금보다 공부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교사의 전문성이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바뀌지 않았던 교대 커리큘럼을 교육 현장에 맞게 개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현행 교·사대 체제를 교전원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교대, 사대, 교육대학원을 통합하는 등 다양한 교전원 운영 모델을 만들고 4년제 대학 중심 교사 양성 체제를 6년제 대학원 체제로 개편할 예정이다. 교전원을 졸업하면 전문석·박사학위 또는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받게 된다.

교대, 사대 학생들은 교전원 설립이 결국 교대와 사대 구조조정을 통해 교사 정원을 감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교전원 설립 과정에서 교대와 사범대를 통폐합하면 임용하는 교사의 수가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연 전주교육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기존의 커리큘럼을 개편하는 게 우선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에도 교원 감축 물밑 작업으로 교전원을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가 되기까지 들여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더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에 다니는 A씨는 “교사가 된 후에 얼마나 번다고 돈을 더 내고 대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싶다”고 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1, 2년 더 대학원 공부를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방끈이 길어지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거라는 전제인 것인데, 과연 맞는 얘기인가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김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졸업 후 기대 수익이 큰데 교사가 그 정도의 기대 수익이 있느냐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며 “법학전문대학원처럼 교전원도 대학원에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계층의 양극화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전원 출신에게 임용고시를 면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되려는 수험생과 교전원 졸업생 사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5일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현재 학부생들은 기존의 임용고시가 존속되지만 교전원 출신은 임용고시 없이 임용을 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4월까지 교전원 시범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상반기 중으로 교전원 2곳을 선정해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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