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와 김밥에 푹 빠진 일본 대학생들…한·일 음식교류 현장 가봤더니

윤희일 선임기자
지난 17일 오전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에서 이 대학 재학생들과 한국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 17일 오전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에서 이 대학 재학생들과 한국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한국 음식에 대해 더욱 친숙해진 느낌이 들어요. 매운맛이 특징인 한국 음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요. 앞으로 일본의 떡(모치)을 이용해 떡볶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어요.”(에사시 호노카·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건강영양학과3)

“일본의 음식문화가 정말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국과 일본의 음식문화에는 차이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많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이런 민간 교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조현기·우송정보대 일본외식조리과2)

지난 17일 오전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조리실습실. 한국과 일본의 음식문화를 교류하기 위해 이 대학을 방문한 한국 대전의 우송정보대 학생들과 센다이사라유리여자대 학생들이 한국의 ‘떡볶이’와 일본의 ‘즌다모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다른 실습실에서도 두 대학 학생들이 모여 한국의 ‘김밥’과 일본의 ‘오니기리(김에 싸서 만드는 주먹밥)’를 만들었다.

지난 17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실습실에서 이 대학 학생들과 한국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미야기현의 향토요리인 즌다모찌를 만들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지난 17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실습실에서 이 대학 학생들과 한국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미야기현의 향토요리인 즌다모찌를 만들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얼핏 보면 한국과 일본 양측이 자국의 요리를 뽐내는 ‘요리 배틀’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일 양국 대학생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두 대학이 만든 교류의 장이었다.

각 요리를 만드는 팀에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이 절반씩 참여했다. 한국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에게, 일본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게 자국의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가르쳐주면서 대화를 나눴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에는 손짓·발짓도 동원했다.

“떡볶이 맛 좀 한 번 봐주세요.”(우송정보대 학생)

“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매워요. 그런데 아주 맛있어요.”(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 학생)

한·일 양국 학생들이 만든 요리는 점심시간에 맞춰 교내 구내식당으로 옮겨졌다. 두 나라의 요리를 직접 먹으면서 교류를 하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식사를 하기 전 양국 학생들은 각 요리의 유래 등을 소개하는 발표회를 열었다.

“떡볶이는 한반도의 떡을 사용한 음식입니다. 원래 궁중음식인데 조선간장으로 맛을 내고, 다양한 채소와 고기를 곁들이는 볶음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고추장 맛 떡볶이가 나왔습니다. 요즘에는 떡볶이에 라면이 들어간 ‘라볶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우송정보대 일본외식조리학과 2학년 김성창·김영훈씨)

“즌다모찌는 풋콩을 으깨서 만드는 요리인데 미야기현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오니기리는 미야기현 지역의 쌀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미야기현의 요리를 마음껏 즐겨주시기 바랍니다.”(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건강영양학과 3학년 시모무라 나쓰미, 스즈키 아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각국의 거리두기 및 입국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국가 간 민간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3년 가까이 끊겼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면교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 지자체의 관심과 역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조리실습실에서 한국의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을 일본의 언론들이 취재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 17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 조리실습실에서 한국의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을 일본의 언론들이 취재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미야기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다양한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번 교류행사 역시 서울에 사무소까지 두고 있는 미야기현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성사됐다.

미야기현 지역의 3개 민방은 이날 행사를 직접 취재한 뒤 당일 뉴스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현장 취재에 나선 가와하라 치카코 동일본방송 기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의 끊겼던 한국과 일본의 국제교류 행사 소식을 지역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우송정보대와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은 앞으로도 교류를 이어나가기 위한 교류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한국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을 방문한 지난 17일 현지 대학과 미야기현 관계자들이 나와 환영행사를 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한국 우송정보대 학생들이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시라유리여자대학을 방문한 지난 17일 현지 대학과 미야기현 관계자들이 나와 환영행사를 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이시모토 준코 우송정보대 일본외식조리학부 학부장은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를 교류해 왔다”면서 “앞으로 두 대학의 젊은이들이 한·일 교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양계화 전 주센다이 총영사는 “이번 대학생 교류와 같은 한·일 양국의 민간교류가 더 활성화된다면 두 나라 사이의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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