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아니면 연구도 학교 밖에서 하란 건가”…성대 대학원생들 항의읽음

김지환 기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성균관대학교분회가 학내에 붙인 대자보. 분회 제공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성균관대학교분회가 학내에 붙인 대자보. 분회 제공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B유형 사업의 주관기관 승인을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이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대 대학원생들은 “박사학위가 없으면 연구도 학교 밖에서 하라는 건가.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 연구주관 거부는 차별”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성균관대학교분회는 지난 16일 ‘학문후속세대를 외면하는 성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B유형 사업 지원자들은 사업공고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공지조차 접하지 못하다가, 지원 후에야 일방적으로 학교가 연구수행을 주관하지 않겠다는 것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B유형은 ‘시간강사 연구지원 사업’을 개편한 것으로, 석사학위 이상 미취업 연구자들이 단절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주관기관은 연구자들의 연구 과제 접수 및 지원 업무를 맡는다.

연구재단은 소속 학교가 있는 연구자의 경우 소속 대학을 주관기관으로 설정할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분회는 “산학협력단의 사업수행 거부는 한국연구재단의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성대는 연구재단을 주관기관으로 설정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소속이 없는 독립연구자를 위한 제도를 악용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원생들은 연구재단 역시 소속기관이 없는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원칙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B유형 사업은 지난달 6일부터 연구재단 홈페이지에 공고됐으며 지난 15일이 지원 마감일이었다. 분회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주관기관을 바꿔야 한다는 공식적인 안내가 없었고, 연구자들은 지원 후에야 신청을 반려했으니 주관기관을 바꾸라는 개별적인 통보만을 받았다”며 “주관기관 설정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것은 지원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나아가 연구수행에 있어 학교의 협력이나 지원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박사 아니면 연구도 학교 밖에서 하란 건가”…성대 대학원생들 항의

분회는 “B유형의 경우, 인문사회 대학원 재학생·수료생의 신분으로 유일하게 지원할 수 있는 연구재단 사업”이라며 “박사학위 소지자만이 지원할 수 있는 해당 사업 A유형과 조교수 이상이 지원 가능한 여타의 사업들은 그대로 주관하면서, 대학원생들이 유일하게 지원 가능한 B유형만 주관하지 않겠다는 것은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문사회 학술사업의 주관을 굳이 거부하는 것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공자들에 대한 학교본부의 홀대”라고 했다.

분회는 “성대가 소속 연구자의 사업 수행을 지원하기는커녕 거부하고 도외시하는 이상, 학문 발전과 수행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며 “성균관대가 요구한 주관기관의 변경은 단순히 행정적 절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진리 탐구로 인류 공동체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고등교육기관의 운영 목적을 위배하는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성대는 대학원생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오는 20일 오전 10시 B유형에 신청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