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 교과서도 ‘구독’한다···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읽음

김나연 기자

교육부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 발표

2025년 수학·영어·정보·특수 국어 과목에 우선 도입

구독형 가격 체계로 개편···대형 발행사 독과점 방지

학생용 AI 디지털교과서 대시보드 예시. 교육부 제공

학생용 AI 디지털교과서 대시보드 예시. 교육부 제공

태블릿 화면 속 펭귄 캐릭터가 ‘Hi(안녕)’라고 말하자 학생도 따라 말한다. 캐릭터는 단어 여러 개를 알려준 후 학생에게 “Hello, I’m Dabin.”이라는 문장을 따라 하도록 한다. 학생이 문장을 말하자 화면에는 원어민과 학생의 발음이 얼마나 유사한지 표시한 그래프가 나온다. 이 결과는 곧바로 교사에게 전달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교육콘텐츠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2025년부터는 이런 기능이 탑재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에 도입된다. 2028년에는 모든 교과목에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다. 학교는 여러 디지털교과서 중 하나를 골라 넷플릭스처럼 ‘구독’하면 된다.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전 과목에 도입된다. 발달 단계상 디지털 기기를 접하기 이른 초등 1·2학년은 기존 서책형 교과서만 쓴다. 고등학교 선택과목과 예체능 및 도덕 교과도 직접적인 체험활동 위주로 사회 정서적 역량을 길러야 하는 과목이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디지털교과서는 구독형으로 개발된다. 발행사가 학교와 계약한 권수에 따라 구독료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그간 정부는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면 보조금 2억5000만원을 고정 지급해왔다. 추가적인 개발비 보전이 없으면 대형 발행사들이 독과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었다. 교육부는 도입 초기에 중소 발행사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이익의 일정 부분을 균등 배분하는 변형된 구독형 방식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넷플릭스처럼 교과서도 ‘구독’한다···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수준별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AI가 분석한 학생의 수준에 따라 학습 내용이 달라진다. AI는 학생을 ‘느린 학습자’와 ‘빠른 학습자’로 구분하고 그에 맞춰 보충학습 또는 심화학습을 제공한다.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 및 다문화 학생이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할 수 있도록 화면해설과 자막, 다국어 번역 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 등을 모은 통합학습기록저장소를 구축하면 민간이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다. 오는 8월 말 검정 공고를 한 뒤 내년 5월까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해당 업체들이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9월부터 현장 적합성을 검토한 후 2025년 3월 학교 현장에 도입된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영어, 수학, 정보 교과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유해 콘텐츠 등에 노출되기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문해교육을 다룬 교과 단원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활동 모니터링과 유해사이트 차단 기능 등도 넣을 계획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가 ‘느린 학습자’, ‘빠른 학습자’의 형태로 드러나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느린 학습자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콘텐츠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며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서도 교사의 손길이 언제든지 닿을 수 있어서 오히려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디지털교과서는 학습 효과 없이 디지털 과몰입과 격차 확대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세부방안을 촘촘히 검토하고 도입을 위한 물리적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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