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계획 발표
2028년 모든 교과목서 시행
초등 1·2학년생만 책으로
“학습 격차 확대” 목소리도
태블릿 화면 속 펭귄 캐릭터가 ‘Hi’(안녕)라고 말하자 학생도 따라 말한다. 캐릭터는 단어 여러 개를 알려준 후 학생에게 ‘Hello, I’m Dabin’이라는 문장을 따라 하도록 한다. 학생이 문장을 말하자 화면에는 원어민과 학생의 발음이 얼마나 유사한지 표시한 그래프가 나온다. 이 결과는 곧바로 교사에게 전달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교육 콘텐츠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2025년부터는 이런 기능이 탑재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에 도입된다. 2028년에는 모든 교과목에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다. 학교는 여러 디지털교과서 중 하나를 골라 넷플릭스처럼 ‘구독’하면 된다.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전 과목에 적용된다. 발달 단계상 디지털 기기를 접하기 이른 초등 1·2학년은 기존 서책형 교과서만 쓴다. 고등학교 선택과목과 예체능 및 도덕 교과도 직접적인 체험활동 위주로 사회정서적 역량을 길러야 하는 과목이라 도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디지털교과서는 구독형으로 개발된다. 발행사가 학교와 계약한 권수에 따라 구독료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그동안 정부는 디지털교과서를 제작하면 보조금 형식으로 2억5000만원을 고정 지급해왔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수준별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AI가 분석한 학생 수준에 따라 학습 내용이 달라진다. AI는 학생을 ‘느린 학습자’와 ‘빠른 학습자’로 구분하고 그에 맞춰 보충학습 또는 심화학습을 제공한다.
교육부는 특수교육 대상·다문화 학생이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할 수 있도록 화면 해설과 자막, 다국어 번역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정부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 등을 모은 통합학습기록저장소를 구축하면 민간이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다. 오는 8월 말 검정 공고를 한 뒤 내년 5월까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해당 업체들이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9월부터 현장 적합성을 검토한 후 2025년 3월 학교 현장에 도입된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영어, 수학, 정보 교과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유해 콘텐츠 등에 노출되기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 간 학습 격차가 ‘느린 학습자’ ‘빠른 학습자’의 형태로 드러나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디지털교과서는 학습 효과 없이 디지털 과몰입과 격차 확대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세부방안을 촘촘히 검토하고 도입을 위한 물리적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