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에워싼 근조화환 1000여개…빼곡한 포스트잇엔 “남일 같지 않아”

강은 기자

교사들 ‘애도 물결’

<b>슬픔으로 가득 찬 학교</b> 지난 18일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재직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20일 동료 교사들이 추모 메시지를 써붙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슬픔으로 가득 찬 학교 지난 18일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재직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20일 동료 교사들이 추모 메시지를 써붙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지난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자 해당 학교 앞에는 동료 교사 등 추모객들이 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정문 인근 담벼락에는 애도의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추모 행렬에 동참한 동료 교사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A초등학교 앞에는 전국 곳곳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가득 들어섰다. 선배·동료 교사와 학부모 등이 보낸 1000개가량의 화한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400m 거리를 ‘ㄷ’자 모양으로 빼곡히 둘러쌌다. 이날 오후 3시쯤부터는 수업을 마친 다른 학교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은 채 긴 줄을 이뤘다.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한다는 진은하씨(47)는 국화꽃을 든 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학부모들이 작은 일로도 (교사들을) 쥐고 흔드는 건 우리가 일상에서 늘 겪는 문제”라며 “교사들은 제일 행동하지 않는 집단인데, 이렇게까지 모인다는 건 한두 명이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근 초등학교 교사 윤모씨(39)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씨는 “선생님이 학교에서 돌아가신 것은 그 자체로 ‘유언’으로 느껴졌다”면서 “학부모 폭언에 시달리던 선생님이 집에서 목숨을 끊고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상황과 겹쳐 보였다”고 했다.

윤씨는 교사가 일터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동 인권이 확대될수록 교권은 추락하는 것처럼 돼버렸는데, 사실 그 둘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지 않나”라면서 “아동 인권을 내세워 이를 악용하는 일부 학부모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이날 A초등학교 정문 인근에는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었다. “선배 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힘을 합쳐 학교를 바꾸고 교육을 밝히겠습니다” “남 일 같지 않네요” “교사 인권보호 법안 제정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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