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A교사의 49재를 맞아 4일 전국의 교사들이 다시 모인다. 교사들은 ‘무너진 교실의 모습이 교사들의 죽음으로 드러났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한다. 정부가 추모에 동참하려는 교사들의 단체행동을 징계 등으로 막으려하면서 되려 추모제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토요일인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교사들의 집회에는 2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집회 주최 측은 오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될 추모 집회에도 1만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본다.
교육부에 따르면 추모 집회 당일 임시휴업을 공식 결정한 학교는 총 30곳(지난 1일 기준)이다. 교육부는 연가·병가 등을 내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했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교사들의 추모 움직임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집단행동 교사들에 대한 징계 요구를 거부할 경우 감사를 시행하거나 교육감을 형사고발 할 수 있다고 다시 압박했다.
교사들은 A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 지난 7월18일 이후 주말마다 7주 연속 집회를 열었다. 교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다. A교사가 숨진 뒤 교육부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내놓았으나 전국의 교사들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교육 당국은 민원대응팀과 민원 예약 시스템 등을 통해 악성 민원을 막겠다고 했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지난 2일 열린 추모 집회에서 사회자는 “A교사 사건이 알려진 지 40여 일인데 관리자와 교육부, 교육청, 국회는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은 지난달 19일 열린 5차 집회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국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에 속도를 내라고 요구했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주고,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원이 직위해제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야는 지난 1일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개정안에 합의했고 이르면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법 개정에 더해 교육청 차원의 교내 아동학대 사건 판단 기구를 설치해야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사안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추모 집회 참여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교육부는 3일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선생님들께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교육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더욱 노력하겠다. 그러니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 주라”는 호소문을 냈다. 또 법무부와 함께 공동 전담팀을 구성해 아동학대법 집행 과정에서 교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같은 날 교권 회복 관련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현장 교사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4일 오후 3시 A교사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49재 추모제를 연다. 유가족과 교직원을 포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교원단체 대표들이 참석한다. 해당 학교 운동장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별도 추모 공간이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교원단체들이 추모제를 열어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