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쌤이 몰래 부른 푸드트럭···어느 특수학교의 특별한 스승의날

김나연 기자
성심학교 로비에 레드카펫과 함께 ‘최고의 선생님’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김나연 기자

성심학교 로비에 레드카펫과 함께 ‘최고의 선생님’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김나연 기자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경기 오산시 성심학교엔 분홍 꽃들로 둘러싸인 레드카펫이 펼쳐졌다. 레드카펫을 따라가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글귀가 적힌 포토존 앞에 다다르면 이 학교 학생들이 지난 2주간 이날을 위해 준비한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학생들은 각기 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카네이션을 들고 마음을 전했다. 영상 막바지에는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서툴면서도 힘찬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김나현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외우고 다 같이 연습했을 걸 생각하면, 그 마음이 너무 와닿는다”고 말했다.

성심학교는 장애학생 135명이 재학 중인 특수학교다. 표현이 비교적 어려운 학생들이 감사를 전하는 날이기에 이곳의 스승의날은 조금 특별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말, 표정, 몸짓에서 모두 감정을 읽어낸다. 12년째 성심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최성헌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해서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을 위한 이벤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 성심학교에는 푸드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김민수 성심학교 교장이 교사들 몰래 준비한 깜짝 선물이다. 음료를 하나씩 손에 든 교사들은 “연예인이 된 것처럼 대접받는 느낌”이라며 들뜬 채 인증사진을 찍었다.

푸드트럭은 최근 교권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교사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한 이벤트였다. 김 교장은 “요즘 교직 생활이 여유가 없잖아요. 그간의 긴장을 잠시라도 잊고 동료 선생님들끼리 웃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오산시 성심학교에서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다. 김나연 기자

경기 오산시 성심학교에서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다. 김나연 기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도 교사들을 위한 이벤트가 열렸다. 위축된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교사들에 대한 감사함도 함께 나누는 차원에서다.

이날 서울 서초구 원명초에는 오전 8시부터 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한 ‘커피차’가 왔다. 충북 청주시 청주교대부설초는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스승이다’를 주제로 교사들끼리 스승의날 ‘자축 이벤트’ 진행했다. 서울 강동구 성내초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축구 친선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전민재 원명초 교사는 “여전히 학부모들의 민원이 바로 전달되기도 하고, 학교폭력은 아직도 담임교사와 전담부장이 맡고 있어 현장에선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서도 “학생들도 모임의 주체가 돼서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선생님들을 위한 카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선생님들을 위한 카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교사들의 위축된 사기를 회복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문제가 크게 터져나왔는데, 여전히 교권에 대한 교사들의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인원은 10명 중 2명(19.7%)에 불과했다. 이는 2012년부터 교총이 진행한 9번 설문 중 역대 최저치다.

최 교사는 “현장에서 교직 사회의 사기가 떨어졌음을 많이 느낀다”며 “정당하게 교육활동을 하더라도 전체 맥락을 보지 못하고 단면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교권 회복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 67.5%는 교권보호4법(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 개정 이후에도 ‘현장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전보다 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5.9%였다.

김민수 성심학교 교장은 “특히 특수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도전 행동을 중재하지 않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인 방법이 빠져있고 행동 대응 매뉴얼은 형식적”이라며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사들의 가장 큰 고충이었던 악성민원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서울 교사 10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한 결과, 20~30대 청년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이유로 ‘낮은 임금’(34%)과 ‘악성 민원’(34%)이 가장 많이 꼽혔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민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을 꾸리겠다고 했으나, 전교조 본부 설문조사 결과 민원 대응팀이 구성됐다는 답변은 38.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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