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불평등’…교실 밖서 답 찾게하는 학교들

글·사진 김원진 기자
경민고 ‘불평등’ 수업에 쓰인 학습 자료.

경민고 ‘불평등’ 수업에 쓰인 학습 자료.

의정부 경민고 자율과정 활용
현장 학습·보고서 작성 등
개념 전달·문제풀이서 탈피
교육 불평등 등에 높은 관심
“귀로 듣는 것보다 훨씬 유익”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이 줄고 교육격차도 감소할까요?”

경기 의정부 경민고 3학년 정예림 학생이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강민정 의원을 만나 던진 질문이다. 경민고 학생 23명이 ‘불평등’ 수업의 일환으로 국회를 방문한 자리였다. 그는 “학교 안에서도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집안 사정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경제적 격차가 어떻게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순환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정규 교과 수업시간 외에 학교 자율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활용해 ‘불평등’을 가르치는 학교들이 있다. 개념 전달과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현실과 교과 내용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반영됐다.

경민고는 학교 자율과정을 활용해 사회과 교사와 수학 교사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5일간 불평등 수업을 진행했다. 경민고의 학교 자율과정은 선착순으로 학생들의 신청을 받았는데 불평등 수업은 30초 만에 마감됐다.

교사들은 불평등과 격차가 소득이나 자산처럼 손에 잡히는 수치의 차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점을 반영해 수업을 구성했다. 수학 교사가 별도 활동지를 만들어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피케티지수를 가르쳤다. 사회과 교사는 불평등과 관련된 개념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불평등을 다룬 토마 피케티의 책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교육 불평등을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도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표했다. “코로나19 시기 뉴스에서 부동산이 폭등했다는 소식만 접했다”는 최에스더 학생은 “피케티지수를 배우면서 자산 불평등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장성혁 학생은 “수업을 듣고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불평등 문제에는 교육격차·정보격차·건강격차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모두 다 핵심에는 ‘돈’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가 조성되니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학생이 “똑같이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소득) 지니계수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피케티지수는 왜 늘어나는지” 묻자 이재일 사회과 교사는 “지표나 지수를 구성하는 요소가 달라지면 불평등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결과값이 달라진다”고 답했다. 주로 소득분배지표로 쓰이는 지니계수는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고, 피케티지수는 소득 대비 자본(자산)의 값을 통해 자산의 상대적 집중도를 드러낸다.

수업과 현장학습, 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진 강도 높은 활동에도 학생과 교사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박성결 학생은 “사교육비 조사 통계를 직접 찾아보고 개념을 접목해 보고서를 써보니 귀로 듣고 끝내는 것보다 훨씬 유익했다”고 했다. 에듀테크 사업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게 꿈이라는 한지수 학생은 “통계 수치를 반영해 A4 5장 넘는 긴 글을 처음 써봤다”고 말했다. 김지민 수학 교사는 “불평등 문제와 연결해 통계 수업을 준비하면서 저도 배운 게 많았다”고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해 불평등 수업을 한 학교도 있다. 경기 광주중앙고 학생 15명은 지난달 불평등 수업을 들은 뒤 인근 대형마트 등 현장방문을 했고 발표까지 마쳤다. 안준범 교사는 “체험활동이 흡연예방 교육 등에 한정돼 있는 점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5차시로 진행된 수업에서 피케티, 마이클 샌델이 쓴 책을 읽은 뒤 대도시·소도시 간의 교통 인프라 격차, 대형마트·전통시장 간의 경쟁력 격차 등의 주제를 다뤘다. 안 교사는 “성적에 연동돼 있지 않고 강제성이 없다 보니 불평등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만 수업을 신청했다”며 “현장에서 문제를 찾게 하고 발표하는 식의 수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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