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후 전공 쏠림 우려…“비인기 학과 어쩌나”

탁지영·김원진 기자

대학들 ‘무전공 선발’ 입시전형 들여다보니

학과별 정원 조금씩 줄여
무전공 부문 새로 만들어

다수가 공대·경영 등 선택
기초학문 정원 감축 불보듯

대학들이 학과별로 고루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내년도 대폭 늘어난 무전공 모집인원 정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인문계, 자연과학계 등 기초학문 분야만 정원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인기 학과 쏠림을 막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비인기 학과의 감축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1일 서울 주요 10개 대학과 무전공 선발을 크게 늘린 경기대·부경대·순천대·경북대의 2024학년도 및 2025학년도 입시전형 시행계획을 비교해보니, 대학들은 학과별로 고루 정원을 줄여 무전공을 새로 만들었다. 학내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무전공 모집전형은 정시 비중이 높았다.

무전공은 학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후 전공 탐색을 거쳐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자유전공학부처럼 입학 후 보건의료계열이나 사범대 등을 빼고 모든 전공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법(유형 1)과 계열별 또는 단과대로 입학해 그 안에서 전공을 선택하거나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에서 전공을 고르는 방법(유형 2)이 있다.

서울대는 기존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하고 ‘학부대학 광역’(유형 1)을 신설했다. 광역 정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문대·사회과학대·자연과학대·경영대·공과대·농업생명과학대·생활과학대·음대 등에서 각각 정원을 줄였다. 고려대는 공과대학에 무전공을 새로 만들면서 공대 소속 학과끼리 정원을 조정했다. 문과대 정원은 그대로였다. 서강대는 인문학자유전공학부, 사이언스기반자유전공학부, AI기반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며 기존 해당 계열에서 7%씩 인원을 줄였다. 비수도권에서 무전공 비율이 크게 증가한 대학들은 대부분 유형 2를 택했다.

대학별로 무전공 모집전형 비율을 살펴보면 정시 비중이 높다.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학과인 만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처럼 내신 등을 통해 전공적합성을 따져보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시는 (타 대학으로의) 이탈률이 높은 전형이라 대학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무전공은 선발 당시에 전공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있어 대학 입장에서도 정시에 높은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초학문 분야 교수들은 당장의 모집정원이 아니라 무전공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1년 후에 전공을 어떻게 선택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통화에서 “학생들이 (입학) 1년 뒤에 선택하는 전공이 인문대가 아닌 공대나 사회대, 경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인문대 정원이 실질적으로 줄어든 효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학장은 2025학년도부터 불어불문과와 독어독문과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한 덕성여대 사례를 언급했다.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던 덕성여대는 불문과와 독문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낮자 폐과를 결정했다. 강 학장은 “덕성여대 방식으로 한다면 학과가 없어지는 피해를 입는 건 인문대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 협의회는 오는 20일 회의를 열고 대학별 무전공 선발 확대 여파를 점검하고 교육부와 인문학 지원 정책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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