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9일 시작된 31개 의과대학의 수시모집 원서 접수 현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의료계가 여전히 2025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특정 학과 수시모집 경쟁률 공개가 수험생들의 대학 입시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9일 시작된 31개 의과대학의 수시모집 원서 접수 현황을 10일 공개했다. 지난 9일 오후 6시기준 31개 학교의 모집인원 2635명보다 많은 3008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첫날 경쟁률이 1.14대 1로 이미 모집인원을 넘겼다. 지역인재전형은 1462명 모집에서 1118건 지원으로 경쟁률 0.76대 1을 기록했다.
교육부는 또 이날부터 경희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 소속된 의대 수시모집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단국대(천안)는 오는 11일부터 3일간 수시모집이 진행된다.
2025학년도 전국 전체 39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총 정원은 4610명이며, 3명 중 2명(67.6%)에 해당하는 3118명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수시·정시를 통틀어 학생부 교과(34.2%)의 선발 비율이 가장 높다. 지역인재전형에서도 수시·정시를 합쳐 학생부 교과(56.4%)의 선발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오는 13일까지 이뤄진다.
정부가 특정 학과의 수시모집 경쟁률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못박기 위해 수시모집 현황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 수시모집에서의 지원 건수가 이미 모집 정원을 넘어섰으니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무를 수 없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 업체 등에서 모집 단위별 경쟁률 현황을 공개하긴 하지만, 학원가에서도 수험생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모집기간 중 별도 분석 자료 발표를 자제하는 것이 관행이다. 눈치 작전을 부추기거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험생 혼란이 입시 컨설팅 업체 수요 증가 등 사교육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전국 대학의 정원 규모 등을 총괄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5학년도 입시에 변화가 있으면 입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대교협은 입장문에서 “원서접수는 자신의 적성이나 성적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원자들의 선택까지 참고하며 고민을 거듭해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에 대학입시는 매우 복잡한 매커니즘으로 구성된다”며 “수시모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집일정이나 인원 변경 등 주요내용이 바뀌면 수험생들에게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