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휴학 승인’ 서울대 “타 의대 동참해달라”···교육부와 정면충돌

탁지영 기자

교육부 “엄중 문책”···즉시 현지 감사 추진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한 시민이 의과대학 간판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한 시민이 의과대학 간판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과대학이 의대 중 처음으로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 중인 학생들의 휴학계를 승인하자 교육부가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놓고 서울대 의대와 교육부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다른 대학의 동참을 요구하고, 교육부는 엄정 대응 방침이어서 정부와 의대 사이 ‘강대 강’ 대치 국면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서울대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의대에서 전날 밤 휴학계를 승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학칙상 학장이 허가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총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다수 대학과 달리 서울대는 학칙에 ‘학생이 휴학하고자 할 때 학(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오는 11월까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내년 2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1년 치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7개월째 수업을 거부 중이다. 교육부가 유급 판단 시기를 학년 말로 미루고, 일부 학교가 의대생에 한해 2학기 등록기간을 열어두고 있지만 반응이 없는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일 기준 2학기를 등록한 전국 의대생 비율은 3.4%에 그쳤고 2학기 출석률도 2.8%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길어지며 앞서 다른 의대에서도 휴학계를 승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대생들의 연내 복귀가 사실상 어려우니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휴학을 승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로서는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으로 인해 다른 의대에서도 학생들의 휴학 승인이 이어진다면 정부가 주장해왔던 ‘동맹 휴학 불가’ 원칙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서울대 의대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한 것은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시키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대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온 노력을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교육부는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으로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예정”이라며 “의대가 설치된 40개 대학(원)에 동맹 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장단의 결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수 비대위는 “교육부는 휴학·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학생들을 진급시키도록 요구해 왔지만, 이는 의대 교육의 파행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휴학 사유가 어떠하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의대생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대의 휴학 승인은 의대 본연의 책무를 지키기 위한 매우 정당한 조치이며, 다른 의대도 같은 조치를 취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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