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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입장을 견지했던 한국여성단체협의회(한여협)가 여가부 폐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여가부 폐지’에 강력히 반대하는 다수 여성단체와 달리 보수 성향인 한여협은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에 대해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간담회를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여성 단체 회장들과 별도의 인사없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간담회를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여성 단체 회장들과 별도의 인사없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허명 한여협 회장은 지난 11일 통화에서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고, (여성부 차관이 별도로 있는) 1장관 3차관 모델의 독일식 부처로 개편하자고 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제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시는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발언하자 이튿날 반대 의견을 냈던 데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한여협은 “갈등 조장을 더욱 부추길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사회적·국가적 사명감과 분열에 따른 위기 의식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앞서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허 회장은 입장 선회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반대 입장을 냈던 이유는 여가부 조직을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줄 알고 그랬다”고 했다.

허 회장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여성’이라는 단어는 ‘여성이니까 봐줘야 한다’ ‘여성할당제를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연상시키며 젠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여가부 폐지는) 젠더 갈등이 문제되자 여가부를 다시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역시 “여가부는 온갖 불평등,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평생을 인내하며 희생하면서 남편과 자식을 키워낸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우리 선배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여성과 가족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서 탄생된 것”이라고 했던 과거 입장과 매우 다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여성계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여성계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가부는 지난 10일 한여협을 비롯해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경제인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등 7개 단체 관계자들과 정부조직개편안을 논의했다. 여가부는 간담회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허 회장이 ‘여가부의 새로운 개편 시도는 긍정적이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고, 여성계가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줬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진보 성향의 여성단체는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의 류다현 활동가는 “여가부 폐지 논의 과정을 담은 전문가 간담회 회의록도, 참석자 명단도, 부처간 협의 과정을 남긴 기록도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며 “여성,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한부모 가정 등과 함께 논의를 거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후속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여성단체는 여가부 폐지가 ‘성평등 시계’를 과거로 돌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을 ‘독일식 모델’에 빗대는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은 여성부를 다른 부서에 흡수시킨 게 아니라 ‘연방 여성·청소년부’와 ‘연방 가족·노인부’로 쪼개져 있던 부처를 병합해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라는 대부처를 만들었다. 이 부처는 의회에 제출된 법률안 중 성평등 관련 법안에 한해 상임위원회 수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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