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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정치인이 반발하자 급히 이를 거둬들였다. 8년 전부터 추진한 정책이라면서도 “정부의 개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열린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2023∼2027)’을 심의·의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여가부는 형법 제297조 ‘강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판단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행 헌법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수반돼야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강간죄 등을 다루는 형법 제32장의 제목도 ‘강간 및 추행의 죄’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개정을 검토한다고 했다. 그간 여성계는 ‘폭행·협박’이라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실제 성폭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개정을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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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이 내용이 쟁점화되자 정부 부처들은 ‘새로 추진하는 정책은 아니며 계획도 없다’고 발뺌을 했다. 정부·여당 인사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마자 급하게 해명에 나섰다.

여가부는 “해당 과제는 2015년 제1차 양성평등기본계획부터 논의돼 온 과제”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검토되거나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법무부도 “법률 개정 계획이 없다”며 “(여가부에) 반대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성폭력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가부는 이날 ‘국가 성평등지수 측정결과’도 발표했다. 성평등지수란 사회참여, 여성의 인권·복지, 성평등 의식‧문화 등 3개 영역과 경제활동·복지·가족 등 8개 분야에서 국가의 양성평등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매년 성평등지수를 발표한다.

그래픽 이아름기자 areumlee@khan.kr

그래픽 이아름기자 areumlee@khan.kr

2021년 국가 성평등지수는 75.4점으로 2020년(74.9점)보다 0.5점 올랐다. 2016년부터 매년 0.8~1점씩 오르던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여성의 사회참여나 사회적 의사결정에서의 성평등 수준이 여전히 낮았다. 영역별로 보면 ‘여성의 인권·복지’가 82.9점으로 가장 높았다. ‘성평등 의식·문화 영역’이 74.9점, ‘사회참여 영역’이 69.7점 순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이 96.7점으로 가장 높았다. ‘교육·직업훈련’이 94.5점으로 뒤를 이었다. ‘가족’은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7점 오른 65.3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4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의 성비인 ‘의사결정’은 38.3점으로 가장 낮았다.

여가부는 “여성의 경력단절 등으로 2021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큰 31.1%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이날 의결된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정부 정책의 5대 대과제를 ‘공정하고 양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 구축’ ‘폭력 피해 지원 및 성인지적 건강권 보장’ ‘남녀가 상생하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 ‘양성평등정책 기반 강화’로 설정했다.

우선 채용·근로·퇴직단계 등 각 단계에 따라 성비 현황을 외부에 공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추진한다. 주요 공공분야의 성평등한 참여를 위해 ‘공공부문 성별대표성 제고 계획’을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경력단절 위기 여성의 사례관리·멘토링·직업교육 등을 지원하고, 육아휴직 기간도 현재 1년에서 1.5년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돌봄 영역에서는 방과후 프로그램 다양화, 늘봄학교 도입, 아이돌봄지원확대, 한부모·청소년·위탁가정 등 지원 확대 등에 나선다.

젠더기반폭력 등 피해지원을 위해서는 기관장의 피해자 보호조치 및 불이익처분 금지 의무 신설 등을 추진한다.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오는 7월 시행되는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성평등 교육을 범교과 학습주제로 둬 교육 연계 강화에 나선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앞으로 매년 수립될 세부 시행계획과 국가성평등지수 취약분야 관리 강화를 통해 국민께서 정책효과를 크게 체감하실 수 있도록 전 부처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 조해람 기자 lennon@khan.kr · 이보라 기자 purpl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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