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결혼, 반대 자격 묻다

금기 넘어 달라지고 있다…사회가 먼저, 정치도 응답하라

임아영 젠더데스크

경향신문-국제앰네스티 공동 기획 ‘그냥 결혼이야’

① 한국·대만·일본 정치인들이 말하는 ‘성소수자, 혼인의 자유’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병원에서 보호자가 될 수 없고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은 사람과 계획을 세우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합할 권리를 사회가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당해 보이지 않지만 동성 커플의 현실은 다르다. 2001년 네덜란드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지 22년이 됐다. 이제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35개다.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관계 없이 ‘모두의 결혼’이 법적으로 평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2019년 대만이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다. 2018년 보수단체 청원으로 국민투표까지 진행될 정도로 반발이 컸으나 여당인 민주진보당이 입법을 이끌었다.

많은 노력이 이어진 결과였다. 대만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인 치치아웨이는 2013년 자신과 동성 파트너의 혼인신고 수리가 거부되자 대만 사법원(헌법재판소)에 헌법 해석을 요청했다. 그결과 2017년 5월 사법원은 혼인을 ‘남녀’에 의한 것으로 제한하는 현행 민법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입법 시도’도 있었다. 2013년 민진당 의원들은 혼인을 남녀의 결합으로 한정하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으나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2015년 민진당 주석이던 차이잉원(현 대만 총통)이 공식적으로 혼인평등권 지지 선언을 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2019년 5월 17일 대만 입법원(의회)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로 특별법을 의결한 후 대만 타이페이에서 사람들이 축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9년 5월 17일 대만 입법원(의회)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로 특별법을 의결한 후 대만 타이페이에서 사람들이 축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모두의결혼, 반대 자격 묻다] 금기 넘어 달라지고 있다…사회가 먼저, 정치도 응답하라
[모두의결혼, 반대 자격 묻다] 금기 넘어 달라지고 있다…사회가 먼저, 정치도 응답하라

지난 5월 동성 부부의 입양권도 확대했다. 대만 입법원(국회)은 동성 부부가 어느 한쪽과도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를 공동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입양하기 위해서 독신이거나 한쪽 배우자의 생물학적 자녀에 대해서만 가능했다. 동성 부부가 아이를 가지려면 먼저 이혼하고 ‘서류상 독신’이 된 한 명이 입양을 하고 재결합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였다.

16년 이상을 함께 한 왕첸웨이·천준루 커플이 2년 넘게 법적 싸움을 했다. 왕첸웨이는 2019년 생후 5개월의 아이를 입양했지만 ‘부부의 아이’로 키울 순 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7월 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했고, 2021년 12월 “아이가 부모 신분 때문에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허가 결정을 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대만에서 합법적으로 아이를 입양한 첫 동성 부부가 됐다. 대만은 1월 다른 국적자와의 동성 결혼도 허용했다.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나라(중국은 제외)의 파트너와도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 성소수자 권리는 2015년 도쿄 시부야구에서 동성 커플에게 사실혼 관계 증명서를 발급하는 조례가 통과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시부야구에서 ‘파트너십 제도’가 시작된 이후 전국으로 확대돼 5월 현재 700여개 중 328개 지자체에 파트너십 제도가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삿포로 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동성 커플에게 혼인의 법적 효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처음 나왔다. 이후 나고야에서도 위헌 판결이,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위헌 상태’ 판결이 나오는 등 법적 판단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도 더디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동성 커플에게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동성 커플들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5월 ‘혼인평등법’을 포함한 가족구성권 3법(비혼출산법,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혼인평등법’은 민법상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는데도 관습적인 차별로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한 법안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법안이 발의된 것은 처음이다.

동성 결혼은 미국과 유럽의 이슈로 여겨지기도 한다. 경향신문은 대만·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 국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위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공동 기획했다. 먼저 각국 정치인들은 어떻게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지난 9월 19일 대만의 판윈 민진당 의원(55), 일본의 이시카와 다이가 입헌민주당 참의원(49), 한국의 장혜영 정의당 의원(36)이 줌을 통해 만났고 e메일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판윈 의원은 대만대 사회학과 교수로 여성 인권 운동을 20년 넘게 해왔고 2020년 민진당 의원이 됐다. 이시카와 참의원은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 당사자 정치인으로 2011년 도시마구 구의원으로 선출된 뒤 2019년 참의원 의원이 됐다. 2020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장혜영 의원은 임기 내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의정 활동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혼인평등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이 지난 9월 19일 서울 경향신문사 본사에서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일본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  대만 민주진보당의 판윈 의원(오른쪽)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혼인평등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이 지난 9월 19일 서울 경향신문사 본사에서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일본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 대만 민주진보당의 판윈 의원(오른쪽)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만은 5월 법을 개정해 동성커플의 입양권을 확대했다.

판윈 =법 개정 이후 대만은 더 많은 잠재력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생물학적 자녀가 아니라도 입양이 가능해졌고 이성 부부와 동성 부부 입양아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사법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시카와 다이가(이하 이시카와) =일본에선 국가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온 것은 일본 역사에 남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향후 고등법원, 대법원 판결도 지켜봐야 하지만 ‘승산은 있다’고 본다.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면 대만처럼 법률도 바뀔 것이다.

-한국에선 최초로 ‘혼인평등법’이 발의됐다.

장혜영 =그동안 동성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었던 사회적 분위기가 이제 달라졌다는 선언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도, 프랑스의 파트너십 제도 법안(생활동반자법)도 결국 동성혼으로 가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도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 발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발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입양 합법화 ‘대만’
“사회가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

-대만도 2018년까지 보수단체 청원으로 국민투표까지 진행될 정도로 동성 결혼에 대한 반발이 컸다.

판윈 =동성 결혼 법제화가 가능했던 것은 오랫동안 여성과 성소수자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의제화한 결과다. 저는 대만 여성 단체인 여성신지식재단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가족 문제를 홍보해왔다. 이후 직접 정치에 입문했고 ‘사회민주당’을 조직했다. 당 의장으로 있을 때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동지들을 의원 후보로 지명했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많은 표를 얻었다. 이러한 정치적 행위들은 다른 정당들에 영향을 미쳤고 민진당이 성소수자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운동의 공감대를 정치적 결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 운동의 주창자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와의 협력은 언제나 민진당의 중요한 가치였고 민진당이 지지를 표명한 후 동성 결혼은 주류 정치 이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19년 5월 17일 대만 입법원(의회)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로 특별법을 의결한 후 대만 타이페이에서 한 여성이 기 울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9년 5월 17일 대만 입법원(의회)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로 특별법을 의결한 후 대만 타이페이에서 한 여성이 기 울고 있다. 게티이미지

-집권 여당이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판윈 =긴 과정이었다. 과거 천수이볜 총통 임기 동안에도 동성혼 합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1차 독회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후 민진당은 지난 임기에서 부결된 젠더 법안을 계속해서 추진했다. 2017년 사법원 해석으로 사회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국민투표가 실시됐고 반동성애 국민투표 통과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민진당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고 끊임없이 소통했다. 2019년 법안 통과 전후에 많은 민진당 의원들이 자신의 선거구에서 보이콧에 직면했다. 2020년 대선과 총선 때는 중남부 지역에서 “민진당이 동성애자를 옹호하고 그 후손을 말살한다”며 의원들의 배너와 광고판이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의원들은 유권자들에게 동성 결혼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거짓되고 혐오스러운 메시지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대만 정부는 성소수자 생활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판윈 =올해 동성결혼 합법화 4주년을 맞아 행정원(행정부)은 대만 성소수자의 생활 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만 정부 최초의 성별 다양성에 대한 대규모 정량적 조사·연구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어야만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이 얼마나 진전됐는지, 어떤 분야가 미완성인지 과학적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왕첸웨이, 천준루 커플이 2년 넘도록 입양권을 위해 싸웠다.

판윈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때 힘이 강해진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 왕첸웨이를 수년 동안 알고 지내며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입양 등록 당일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정말 감동받았다. 분명 부모는 두 명이었는데 강제로 한부모가 되었던 기억이 났다. 그동안 준루는 자녀 양육권이 없어 자녀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의료 서류에 서명할 수도 없었다. 이제 법이 통과됐으니 행복한 가정이 더 많이 형성될 것이다.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었다고, 행복을 위해 싸울 권리를 포기하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들의 용기는 제가 다양한 성별 집단의 권리를 위해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전하고 싶다.

-법 개정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판윈 =대중의 지지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은 정책과 입법의 핵심이다. 행정원의 통계를 보면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이후 동성 결혼에 대한 인식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동성 커플의 입양권을 지지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2020년 입양권을 지지하는 비율은 66.6%였지만 현재는 74.1%로 높아졌다.

위헌 결정 ‘일본’
“이런 것들이 쌓여서 동성 결혼으로 이어질 것”

-2015년 3월 도쿄 시부야 구의회가 동성 커플에 대해 ‘결혼에 상당하는 관계’임을 인증하는 증명서 발급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시카와 =2015년 시부야구와 세타가야구에서 파트너십 제도가 시작된 이후 전국으로 확대돼 5월 현재 700여개 중 328개 지자체에 파트너십 제도가 있다. 인구 커버율로 살펴보면 70.8%다. 동성 커플을 지자체에서 인정했다는 의미가 크다. 일본에선 정부가 하는 일에 불평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지자체가 인정하니 파트너십 제도에 반대하거나 성소수자에 반대한다는 일반 국민이 적다. 정부도 동성혼 제도가 필요하다는 내 질의에 “도입, 운용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대답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이 일본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시카와 참의원 제공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이 일본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시카와 참의원 제공

-일본에서 커밍아웃한 정치인은 드문데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정치를 시작했다.

이시카와 =25세가 될 때까지 성소수자 당사자를 만날 수 없었다. 커밍아웃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TV에는 소위 ‘오네’(여성스러운 말을 하는 남자나 여장을 하는 남자) 탤런트 뿐이었다. 2002년에는 제 얘기를 담은 책을 출판했고 2004년부터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당사자들을 연결하고 지지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강연에서 제 얘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해해줬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말하면 편견이나 오해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본의 동성 결혼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이시카와 =JNN 조사를 보면 전체 국민의 63%가 찬성 입장을 보였는데, 젊을수록 찬성 비율이 높다. 18~30세 미만의 여성은 91%, 18~30세 미만의 남성은 75%가 찬성하는데 반해 60세 이상 여성은 49%, 60세 이상 남성은 39%의 찬성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역부터 바뀌고 있다.

이시카와 =파트너십 제도가 도입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자신의 지자체의 일이 되고 있다. 2019년 도시마구 구의원으로 일할 때 파트너십 제도가 생겼다. 8년이 걸렸는데 제도 도입 자체가 계발 기능을 가진다는 걸 느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동성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동성 커플은 상속할 수 없는 점, 병원에서 파트너에 대한 동의서를 쓰거나 파트너가 아플 때 지켜볼 수 없는 점, 친권을 얻을 수 없는 점, 외국인 파트너에게 비자가 나오지 않는 점 등 의제를 계속 풀어가고 싶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유일하게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다.

이시카와 =자민당이 반대하고 있고 여론조사에서 남성 고령층이 반대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비율은 70%인데 정권 지지율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3월 참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서 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서 물었다. “동성애자라고 깨달은 중학생 때 헌법 14조 ‘법 아래의 평등’ 조항을 만났고 언젠가 동성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총리님, 저는 언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총리는 “사회의 이해와 논의의 깊이에 따라 시기가 결정된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혼인평등법 처음 발의 ‘한국’
“더 많은 차별이냐, 더 많은 인권이냐 기로에”

-2월 소성욱, 김용민 부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 대한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장혜영 =한국 성소수자 차별 문제는 ‘입법’이나 ‘행정’에서 변화를 멈추고 있거나 막고 있다면 ‘사법’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를 던져준 판결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어떤 정책이 시급하다고 보나.

장혜영 =실제 성소수자 시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국가 통계가 필요하다. 국회 들어와서 처음 시도한 것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 체크할 때 남성, 여성 외에도 체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현재 성소수자 통계는 아무것도 없다.

지난 5월 31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 등 ‘가족구성권 3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지난 5월 31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 등 ‘가족구성권 3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지난해 3월 혼인신고시 양측이 동성일 경우에도 접수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이 변경된 후 20건의 동성부부 혼인신고가 접수됐다.

장혜영 =모두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의 혼인”이라는 사유로 불수리 처분됐다. 처리되지 않는데 혼인신고를 하는 커플들이 있다는 것은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다. 국가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존재,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이 이름을 드러내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것이 최초의 국가 통계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지역에서의 움직임도 크지 않다.

장혜영 =일본 지방의원 선거는 대선구제라 한국과 다르다. 그래도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역동성’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상황을 들으니 어느 순간 누군가 중심에 설 때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가족이 되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보편적이라는 것, 이 보편적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 대만에서 캠페인을 할 때도 반대 세력에 대해 비판하는 것보다 ‘우리도 사랑하며 결혼하고 살고 싶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감화받았다고 한다. 혼인평등법을 발의할 때 그래서 ‘가족구성3권(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지원법) 프레임’ 안에 담았다. 일부 성소수자들의 문제라고 구분해서 생각한다면 오해이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의 올해 퀴어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할 수 없었다.

장혜영 =결국 국회 책임이다. 국회에서 인권기본법 입법을 미루니까 음지에서 반대하던 사람들이 양지로 나와 노골적으로 차별 발언을 내놓고 제도를 이용해서 차별하는 수준까지 왔다. 우리 사회 불평등이 커진 공간 만큼 차별이 채우고 있는데 더 많은 차별로 대할 것이냐, 인권으로 대응할 것이냐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통해서 차별하면 제도로 막아야 한다.

-내년 총선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혐오를 동력으로 삼을까 걱정이 된다.

장혜영 =극우 포퓰리즘 세력과 미디어를 통해 혐오 정서가 기승을 부릴 수 있지만 그럴수록 지치지 않고 더 따뜻하고 분명한 언어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려 한다.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혼인평등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9월 19일 서울 경향신문사 본사에서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일본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왼쪽), 대만 민주진보당의 판윈 의원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혼인평등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9월 19일 서울 경향신문사 본사에서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일본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왼쪽), 대만 민주진보당의 판윈 의원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여성혐오 문화와 정치 권력의 결합은 치명적이다. 한국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얘기한 걸 알고 있다. 동아시아 사회의 엘리트주의, 구조적 차별을 보지 못하게 한다.”(판윈)
“가부장제 강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진일보한 변화, 희망의 근거를 봤다.” (장혜영)
“3국의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두고 협력하자” (이시카와 다이가)

-각국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바가 많을 것 같다.

판윈 =대만도 일부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전 잘못된 발언이 사회를 호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 한다. 정치인이 발언을 통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최고의 젠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다.

장혜영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서양의 문제이지 동양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오늘 대화를 통해 가부장제가 강하게 남아있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진일보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희망의 근거를 마주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개척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각별하고 따뜻했다.

판윈 =동아시아 사회의 엘리트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취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하게 한다.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탓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구조가 성차별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만은 2004년 ‘성평등교육법’을 통과시켜 성평등 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여성혐오적인 문화와 정치 권력의 결합은 매우 치명적이다. 여성혐오 문화에 기대 당선된 한국의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정부가 젠더 폭력 예산을 삭감한 걸 알고 있다.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이나 젠더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평등은 언제든 크게 퇴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강력한 사회운동의 기반을 갖고 있다. 자본 계급의 논리와 여성혐오 문화가 결합된 거대한 보수 세력 앞에서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연대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한국의 노동·환경·인권·성소수자 운동 모두가 동맹을 맺어야 하고 국제적인 동맹도 만들어야 한다. 단절된 힘에는 더 큰 연대의 힘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시카와 =대만은 일본에서도 뉴스가 되고, 참고가 된다. 한국의 상황에도 관심이 크다. 진보 정당 차원에서 법원 판결을 위해 노력하고 또 당사자가 전면에 나설 때 지원자들이 옆에 있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국의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두고 협력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세 국가 시민들이 함께 퀴어 퍼레이드를 하는 날이 올까.

장혜영 =각국의 정치인들과 함께 얘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새 에너지를 얻은 것처럼 시민들 또한 각국 시민들과 만나 행진한다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시카와 =우선 의원들이 각국 퍼레이드에 참여하면서 왕래하면 좋겠다. 올해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는 서울광장을 이용하지 못한 상황을 들었고 응원하고 있다. 내년 한국 퍼레이드에 꼭 참여하고 싶다.

장혜영 =꼭 초대장을 보내드리겠다. 대만에서도 만났으면 좋겠다.

판윈 =당사자로서 이시카와 다이가 의원님의 활동에 감명 받았다. 다시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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