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100명 보육시설 떠나지만 지원 적어 사회적응 막막해요

조형국·박은하 기자

18세 되면 1명에 많아야 382만원…‘자립 새싹’ 못 틔워

얼마 전 수능시험을 끝낸 김경아양(17·가명)은 요즘 걱정으로 하루를 지낸다. 또래가 느끼는 ‘곧 성인이 된다’는 설렘의 무게만큼, ‘곧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걱정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김양은 서울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지낸다. 그는 만 18세가 되는 내년 2월이면 시설을 나가야 한다. 시설은 가족이 없었던 김양을 보호해준 ‘울타리’였다. 김양은 이제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가 학비·생활비·주거비 등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또래의 설렘’과 달리 불안과 두려움이 앞서는 이유다.

김양과 같은 처지로 사회에 나서야 하는 ‘열여덟 어른들’은 매년 2000여명에 이른다. 시민단체 ‘아름다운재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만 18세가 되어 복지시설을 나온 ‘열여덟 어른’은 2100여명이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로 진출, 스스로 주거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데 대부분은 전혀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시설을 나오거나 위탁보호가 종료되는 만 18세 이상 미성년자에게 5년 이내 최소 300만원 이상의 자립정착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시설을 나온 2100여명 중 1524명이 평균 382만원의 자립정착금을 받았다. 나머지 600여명은 300만원 수준의 자립정책금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지원금은 ‘열여덟 어른들’의 자립에 거의 도움이 못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시설 퇴소자 10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시설 퇴소자들의 생활비 조달 방법은 아르바이트(37.6%)와 전에 있던 시설의 후원금(17.1%) 등이었다. 정부가 주는 자립정착금은 11.2%였고, 친·인척 후원(12.9%)에도 못 미쳤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란 이모양(당시 19)은 시설 퇴소 후 1년 만에 친구집 신세를 지는 처지가 됐다. 퇴소 당시 시설에서 받은 후원금으로 고시원방을 마련하고 정부에서 받은 자립지원금 300만원을 들고 나왔지만 1년 만에 바닥이 났다. 1년이 지나서부턴, 자신이 카드요금, 휴대전화 요금, 건강보험료, 각종 공과료 등을 모조리 연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졸지에 신용불량 신세가 됐다.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달 4일부터 아름다운재단은 ‘열여덟 어른의 자립정착꿈’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은 1억원 남짓이다. 성혜경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자립정착금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편성돼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에선 자립정착금을 신청해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방예산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