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 재난문자 보내는 사람들…“경각심·정보 압축, 머리 싸매죠”

최민지 기자

코로나19 중앙정부 재난 문자 책임지는 공무원들

코로나19 중앙정부 재난 문자 발송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보건재난대응과 박대성 주무관(왼쪽)과 홍보 담당인 박종현 안전소통담당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석예다 PD

코로나19 중앙정부 재난 문자 발송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보건재난대응과 박대성 주무관(왼쪽)과 홍보 담당인 박종현 안전소통담당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석예다 PD

‘삐이~’ 이젠 익숙한 경보음
‘문자 소통’ K방역에 큰 역할

2020년 1월23일 오후 5시0분37초. 전국의 휴대전화 수천만대가 ‘삐이~’ 하는 경고음을 냈다.

“[행정안전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손씻기,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 등 수칙 준수와 발열 호흡기 증상 발생 시 1339 또는 보건소로 상담바랍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전국으로 보내진 첫 재난 문자 메시지였다. 이때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문자를 일년 내내 받게 될 줄을.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된 지난 1월20일 이후 약 1년. 재난 문자는 일상이 됐다.

시간, 요일을 가리지 않고 오는 재난 문자는 누가 쓰고, 누가 보내는 걸까. 90글자 뒤 ‘사람’이 궁금했다.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정안전부 보건재난대응과 박대성 주무관(41)과 홍보 담당자인 박종현 안전소통담당관(54)을 만났다.

재난 문자가 오기까지

방역 수칙 담은 문자 외에
신속진단 요청하는 내용 등
4G 90자·3G 60자 나눠 작성

박 주무관은 코로나19 재난 문자를 책임지는 주역이다. ‘[중대본]’ 팻말을 단 전국구 문자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재난 문자가 시민들에게 닿기까지 과정에 대해 박 주무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매주 목요일 행안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관계 부처가 모여 구성한 홍보TF 회의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주요 언론 이슈와 홍보 방향 등을 정하지요. 예를 들어 질병청이 ‘이번주에는 마스크 쓰기를 집중 홍보해달라’고 요청하면 그걸 감안해 홍보 문안을 잡습니다. 회의 뒤 일요일까지 다음 일주일 동안 보낼 재난 문자를 씁니다.”

미리 정해진 일정대로만 문자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방역수칙을 담은 문자 외에 ‘신속 진단’을 요청하는 문자도 수시로 작성한다. 그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우,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 질병청 등 방역당국에서 문안을 보내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즉시 검토해 빠르게 발송한다”고 말했다.

문자는 항상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작성한다. 4G는 90자, 3G는 60자다. 박 주무관이 문안을 넘기면 상황실에서 이를 입력해 전국의 휴대전화로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행안부가 전국 각지의 시민들에게 보낸 재난 문자는 300여건이다. 하루 적게는 0~1건, 많게는 2~3건 발송됐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낸 것까지 더하면 4만5894건에 달한다. 재난 문자 발송 권한은 행안부에만 있었으나 지난해 8월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해 각 지자체와 기상청으로 확대됐다. 행안부는 방역수칙을, 각 지자체는 확진 환자 정보를 주로 보낸다.

90글자의 미학

확진자 1000명 넘나들며
최근 내용엔 비장감 더해져

지난 1년간 중앙정부가 발송한 재난 문자를 보면 그때그때 코로나19 상황이 읽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3월은 마스크 쓰기를 강조하고 마스크 수급에 대한 문자가 많았다. 5월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 확산 당시에는 관련 정보와 거리 두기를 안내하는 문자가, 7~8월에는 휴가지에서 지켜야 할 방역지침과 광화문집회 관련 정보가 담겼다. 추석연휴가 있었던 9월에는 성묘 시 주의사항이, 10월에는 핼러윈데이에 대규모 행사 참가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나갔다. 11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거리 두기를 강조했고, 12월에는 동절기를 맞아 실내 활동 시 지켜야 할 방역지침 등이 안내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오르내리는 최근에는 재난 문자에 비장감이 더해졌다. “국민들이 문자를 받아보셨을 때 홍보 효과가 있어야 하거든요. 7~8월쯤 확진자가 적었을 때에는 다소 부드러운 내용이 많았어요. 확진자가 급증한 요즘은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되고 또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되면서 아무래도 문자 내용도 딱딱해지는 편입니다.”

60~90자의 단문이지만, 매일 다른 문자를 보내기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다. 제한된 글자 수에 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고, 시민들이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도록 마음도 잡아야 한다. 박 주무관은 문자를 작성할 때면 “마감시간을 앞둔 작가의 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 저녁, 다음 한 주간 보낼 문구를 정할 때쯤이면 자신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잠을 푹 잔 날은 구상도 잘 떠오릅니다. 그렇지 않은 날은 질병청 등 관계부처에 특별히 알려야 할 내용이 있는지 문의하기도 해요. 핼러윈데이처럼 이슈가 있는 날은 부담이 덜하지만 테마가 없는 날은 고민이 많습니다.”

중복성은 박 주무관이 문자 작성 시 가장 신경쓰는 점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문자를 받는 시민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자체에서 보낸 문자를 한 번씩 살피면서 중복되는 내용은 되도록 걸러서 보내려고 한다”며 “문자 내용이 사실 거의 비슷한 편인데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해드릴까 생각하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자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 8월1~4일자 ‘슬기로운 휴가’ 시리즈와 지난 1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발송한 ‘마스크 시리즈’를 꼽았다. 슬기로운 휴가 시리즈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가를 떠나기 전과 후, 휴가지에서의 방역수칙들을 정리한 것으로, 총 3편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하고 보낸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마스크 시리즈는 박 주무관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 1일 시리즈 2편 “[중대본]거제시 긴급돌봄교실 내 추가전파가 없었던 이유, 마스크 착용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실천 덕분이었습니다. ‘안전한 학교, 오늘도 잊지마스크!’ ”를 발송한 뒤 그에게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마스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 약간의 재미를 더해 쓴 ‘잊지마스크!’ 때문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잊어버리라는 뜻이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장난이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도 왜 재난 문자로 말장난을 하냐는 반응도 있었고요. 사실 저희가 민간처럼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 뒤로는 격식있고 품위를 갖춘 문자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난 문자에 방역 성공 사례를 넣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5일 보낸 마스크 시리즈 4편 “[중대본]700여명이 참석한 예배에 확진자가 3명 있었지만 추가 감염 0명! 비결은 교회 내 마스크 의무화입니다. 가장 쉽고 확실한 방역, 마스크 착용입니다”가 그 예다. 박 담당관은 “정부가 마스크의 위력을 확신한 이후에는 문자에 관련 사례를 담으려고 한다. 효과도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 300시간 야근…‘근손실’에도

수천만 시민의 재난 문자를 책임지고 있지만, 문자 관련 업무는 박 주무관이 맡은 일의 약 10% 정도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각 부처와 지자체 등을 연결하는 연락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자체 상황을 파악해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관련 문서를 발송하는 등 업무가 많다”고 설명했다.

‘워라밸’은 무너진 지 오래다. 박 주무관은 지난 7월1일자로 부서를 옮긴 뒤 하루도 쉰 적이 없다고 했다. 매달 적게는 280시간에서 많게는 300시간까지 추가근무를 한다. 오전 6시30분이면 출근하고 밤 12~1시 사이 퇴근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다르지 않다. 출근 시간이 오전 7~8시쯤으로,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30분 정도 늦춰지는 게 전부다.

집에서 잠만 자고 나오는 생활 6개월째. 가족들 얼굴은 저녁식사 시간에 잠깐 본다. 박 주무관의 부인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재난 문자가 오는 것으로 그의 안부를 확인한다. 좋아하는 운동도 못하고 있다. ‘헬스 마니아’인 박 주무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중 하나는 지난해 11월 상의를 탈의한 채 아령을 들고 찍은 ‘보디 프로필’이다. 사진 속 복근은 이제 없다고 했다.

“K방역, 재난 문자 소통 컸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 K방역(한국형 방역 모델)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박 주무관은 K방역의 성과에 재난 문자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부와 국민 간 소통입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사례와 비교해 지금 훨씬 많은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데, 재난 문자가 그 창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문자에 대한 반응이 정말 즉각적입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항의 전화가 오는 걸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죠.(웃음)”

박종현 안전소통담당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석예다 PD

박종현 안전소통담당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석예다 PD

재난 문자가 신속한 정보 유통의 통로가 된 만큼, 수시로 울리는 문자 알림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재난문자’ 네 글자를 넣으면 ‘차단’ ‘알림 끄기’ 등 단어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저희가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재난 문자 받기 싫으니까 차단 방법을 알려달라’는 전화가 오기도 해요.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될수록 받아들이는 사람도 날카로워지거든요. 어쩔 수 없이 안내해드리긴 하지만 사실 마음이 상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문자 받는 분들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하며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알아보듯, 항의 전화 끝에 격려가 돌아오기도 한다. 그는 “교회 목사님 한 분이 예배시간인 10시만 피해달라고 부탁하시면서 ‘힘든 것 이해한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힘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대성 주무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석예다 PD

박대성 주무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석예다 PD

박종현 담당관도 “모든 정부정책이 그렇듯 재난 문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재난 문자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효과가 훨씬 크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다. 가끔 짜증나고 귀찮을 수 있지만 이 문자가 나와 내 가족, 이웃, 나아가 모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으니 이해해주시고 문자 내용대로 이행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 잘 협조해 주셔서 감사”

예기치 못한 팬데믹으로 2020년은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 박 주무관은 지난 1년 재난 문자를 받아온 시민들에게 “마스크 쓰기나 거리 두기 등 정부의 방역정책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음에도 잘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새해에 보내게 될 재난 문자에 대한 각오와 희망도 밝혔다. 그는 “정부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혼선이 오기도 하는데 재난 문자를 통해 중요한 내용을 국민들이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 새해에는 보다 희망적인 문자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만나지는 못해도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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