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신 등 신속 허가·심사로 ‘신약 R&D 생태계’ 구축해야”

이영신 한국글로벌 의약산업협회 부회장
[기고] “백신 등 신속 허가·심사로 ‘신약 R&D 생태계’ 구축해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미국인 성인의 60% 이상이 최소 한 차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통계를 보면, 최근 들어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500여명 수준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 국민 60% 이상 백신 접종률로 집단면역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는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 입국도 허용한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발빠르게 새로운 정책과 규제혁파로 방향을 급선회했고, 기적과도 같이 ‘1년 만에’ 새로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하여 공급 중이다.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15년 기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신약 개발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동시에 바이오 강국을 꿈꾸는 한국은 백신을 포함한 신약 개발을 통해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백신이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될 수 있던 가장 근본적인 비결로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는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R&D) 생태계 구축’이 꼽힌다. R&D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미국의 경우 식약청(FDA)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관련 신속한 임상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촉진 프로그램(CTAP)을 마련했다. FDA는 이를 통해 임상프로토콜을 24시간 내로 초고속 검토하거나, 코로나19로 생명이 위급하고 치료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임상후보물질을 3시간 내로 빠르게 검토한 후 처방했다. 뿐만 아니라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와 바이오의약품 평가연구센터(CBER)가 기관의 과학적 자원과 전문 지식을 융합적으로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럽의약품청(EMA)은 공중보건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과학적 지식을 공유하며 의약품의 신속 개발을 도왔으며, 신속허가심사제도(Rolling Review) 절차를 통해 기존 허가 소요기간을 30% 단축했다. 백신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한국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소요기간을 30일에서 평균 8일로 단축하여 지원했으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기업과 협력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에 771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히며 미래 혁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의지도 천명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특별법’과 같은 신약의 신속한 허가 및 심사, 긴급사용승인 등 허가절차 특례 정책이 수립되어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고 있어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발생할 공중보건위기를 더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존을 지킬 수 있는 신약 R&D 생태계 조성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정책 소통 채널을 마련해 고위험 고수익 산업군인 제약바이오 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방향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온 국민이 염원하는 건강주권을 갖는 것은 물론 한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