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10명 중 7명 “코로나19 백신 접종 못했다”읽음

오경민 기자

정보 부족·이상반응 우려

“접종 설명회라도 열었으면”

우산 아래 ‘백신 사각’ 맑고 더운 날씨를 보인 16일 서울역광장에서 한 노숙인이 우산 아래 앉아 햇빛을 피하며 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우산 아래 ‘백신 사각’ 맑고 더운 날씨를 보인 16일 서울역광장에서 한 노숙인이 우산 아래 앉아 햇빛을 피하며 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올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로 분류된 노숙인 10명 중 7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사자 등 다른 우선접종 대상자들은 10명 중 8명이 접종한 것과 대비된다. 시민단체는 코로나19 백신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접종 이후 쉴 공간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홈리스행동은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숙인 70.3%가 백신 1차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지난 5월13일부터 2주간 노숙인 101명을 대면조사한 결과다. 미접종자들은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43.7%), ‘접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33.8%) 접종을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 시행 지침에 따르면 ‘노숙인 거주 및 이용 시설의 입소자와 이용자’는 2분기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홈리스가 많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스마트폰이 없어 백신 접종에서 정보 소외를 겪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20년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홈리스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전에는 서울역 대합실 내 TV로 뉴스를 접할 수 있었지만, 올 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에는 서울역 측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TV에서 뉴스 대신 코레일 홍보 방송만 송출하도록 했다.

노숙인 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것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다. 급식소나 노숙인 지원 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숙인 A씨는 “집이 없는 내가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다”며 “노숙인 기관에서 접종 설명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은 접종 후 사후관리를 위한 임시거처 제공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숙인 김모씨는 “접종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는데 홈리스들은 접종 후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치료를 하거나 병원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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