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사건’ 공군 현장점검 해보니···각종 성폭력 방지조치 ‘미흡’

노도현 기자
지난 9일 오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연합뉴스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이 일어난 공군의 각종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6일과 18일 제20전투비행단(공군본부 포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현장점검에는 여가부 담당 책임자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서면자료를 확인하고 인사담당자, 성고충전문상담관, 부대원 등을 면담했다.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제도 운영 현황,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조치, 사건처리 시스템 및 예방교육 운영 현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및 피해자 지원 규정과 매뉴얼은 갖춰놨지만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구성원들이 매뉴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고 체계와 재발방지대책 수립도 부실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국방부에 보고하는 것이 의무로 돼 있기는 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 조치를 포함한 경과 사후보고는 의무가 아니었다. 재발방지대책을 단순 교육이나 워크숍으로 인식해 사후 대책 수립이 미흡했다. 여가부는 “재발방지대책 수립 부재로 전체 조직 차원에서의 재발방지 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조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지휘관에게 피해자 보호 필요사항을 보고한 뒤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업무 권한도 약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매뉴얼에는 동성 변호인·수사관 배치,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피해자 보호 규정이 원칙으로 명시돼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조치가 어려운 경우 피해자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고 여가부는 밝혔다. 실질적인 2차 피해 예방 교육도, 지휘관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성고충심의위원회 관련 규정은 있으나 운영된 적이 없었다. 피해자·가해자에 대한 조치, 2차 피해 방지,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징계위원회는 내·외부위원이 참여하나 외부위원은 의결권이 없었다. 내부위원 의견으로만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은 높았지만 500명 이상 대규모 집합교육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차 피해 예방같이 사례 중심의 콘텐츠가 부족했다.

여가부는 이번 현장점검 결과를 국방부와 공유할 방침이다. 여가부는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및 성폭력 예방제도 개선 전담 TF 등에서 재발방지대책 수립 시 주요 개선사항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등을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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