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폭염에 외출 막힌 사회적 약자들 ‘여름나기’ 더 고통

문광호·이홍근 기자

육아맘 ‘고립’ 호소에 잇단 공감…중증 장애인들 우울감 상승

‘경로당 폐쇄’ 노인들 “집에만 계속 있으면 못 버틴다” 하소연

서울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18일 수도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으로 문을 닫은 강북구 미송경로당 앞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서울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18일 수도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으로 문을 닫은 강북구 미송경로당 앞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코로나라 도움도 못 받고 집에만 갇혀서 막막하다. 폭염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도 버거워졌다. 집이 감옥 같다.”

지난 15일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주부 A씨가 한 인터넷 육아카페에 올린 글이다. 그는 “3살 아이 가정보육, 갓난아이 돌보기, 남편 재택근무까지 다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매번 식사를 신경 쓰는 것도 너무 힘들다. 희망도 안 보이고 너무 괴롭다”고 호소했다.

2800회의 조회 수를 넘긴 A씨의 글에는 “잘 버텨보자” “잠시라도 외출해보라” “저도 사람과 접촉이 없어 더 고립되고 힘들다”는 등의 위로와 공감의 댓글이 60개 넘게 달렸다.

코로나19 재확산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 외부활동에 제약이 큰 장애인,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이사랑씨(34)는 18일 “어린이집이 휴원을 해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청소, 식사 준비까지 하려니 바쁘다”면서 “봄, 가을엔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는데 지금은 아침부터 해가 뜨거워 땀범벅에 불쾌지수만 높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고영선씨(34)도 “주변에서 ‘하루는 바쁘게 지나가는데 막상 한 건 없는 것 같아 삶이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중증 장애인들의 처지는 더욱 가혹하다. 병원이나 복지관으로 이동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무더위로 지치고 예민해진 탓에 갈등이 잦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해 주로 집 안에 머무는 장애인들은 높은 온도와 습도에 피부병이나 욕창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우울감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언어장애의 경우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데 마스크를 쓰다보니 소통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무더위 쉼터인 경로당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길거리로 나왔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최영임 할머니(87)는 “집에 있으면 답답해 죽는다. 집에만 계속 있으면 못 버틴다”며 “경로당은 좀 열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코로나19 예방) 주사도 다 맞았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감염자 수에 맞춰 조정해왔는데 치사율이 낮아지는 등 변수가 다양한 만큼 무조건 셧다운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아이를 돌보는 학부모나 소통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해 제한적으로라도 교육과 돌봄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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