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자 10명 중 7명 “코로나19 이후 심리상태 나빠졌다”

김향미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구의회 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냉풍기로 열을 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구의회 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냉풍기로 열을 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과 심리상태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휴가나 휴직 사용 등 노동권을 보호받았다는 보건의료 노동자 비율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 지난 3월 보건의료노동자 4만3058명을 대상으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2021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8.7%가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노동여건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55.7%, ‘심리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70.6%에 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에서 ‘국민 40.7%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불안)를 경험했다’고 한 것과 비교해보면 감염병 재난에 따른 사회적·정신적 불안은 보건의료노동자에 더 심각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의료현장을 일터로 삼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9명(89.2%)은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62.9%였다.

일터 환경은 더 나빠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권(고용·휴가·휴직 사용 등)을 보호받았다는 응답은 50.2%에 그쳤다. ‘아프면 쉴 권리’ 등 건강권 보호에 대한 긍정 비율도 55.8%에 불과했다. 특히 매년 실태조사에서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인력부족’을 고질적 문제로 꼽는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6명은 방역(65%)·백신(60.3%)·진료체계(63.3%) 등에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인력 지원’에서는 긍정 비율이 44.5%로 떨어졌다.

소속기관 대응 평가를 봤을 때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적정인력 운영’에 대한 긍정 비율은 39.2%에 그쳤다. 다만 소속기관에 따라 노동자들의 코로나19 영향 인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타났다. ‘적정인력 운영’ 항목에서 전담병원 노동자 44.8%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비전담병원에서는 그 비율이 약 38.%에 그쳤다. ‘건강권 보호’ 항목 긍정 비율도 전담병원은 55.3%, 비전담병원 약 45%로 격차가 벌어졌다. ‘보호구 지급’에 대해 전담병원 응답자는 75%가 긍정 평가한 반면, 비전담병원은 약 66%의 긍정 비율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 대응에 모든 체계를 투입한 전담병원에 비해 보통의 병원 현장이 더 혼란스런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감염병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되고 준비된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일반적인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훨씬 더 높은 개인 생활의 제한과 감염에 대한 높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면서 “또 다른 감염병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공동체 유지를 위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육체와 정신을 제물로 삼을 수는 없다. 가장 최선의 방역과 진료체계 구축은 충분한 인력의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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