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째, 우리는 지쳐가고 있다”…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절규

이창준·김향미 기자
보건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간호사,미화농동자,보안요원,보건복지 상담사등 코로나 19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참석해 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남 기자

보건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간호사,미화농동자,보안요원,보건복지 상담사등 코로나 19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참석해 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남 기자

“올해만 3~5명의 동료 간호사가 떠났는데, 그 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11년차 간호사 A씨는 행정직으로 일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현장 경험이 떠올라 간호사 동료들의 고충을 나누고자 지난해 초겨울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자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원해 오긴 했지만 이제는 기회가 되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미 ‘번아웃’(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이 왔고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일 2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지 1년6개월여 만이다. 의료현장 노동자들은 ‘환자가 늘어나는데도 인력은 부족한’ 상황에 지쳐가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1400~1700명씩 쏟아지는 4차 유행의 ‘끝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크다.

A씨가 일하는 코로나 병동에서 간호사들은 3교대로 4~6명씩 일한다. 인수인계에 보호복 착용 등 준비시간 등을 포함하면 ‘8시간 근무’가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환자가 15명이라면 간호사 한 명이 2~3시간씩 들어가 15명을 모두 돌본다. 환자를 돌보지 않아도 쉴 순 없다. A씨는 “코로나 병동에선 보조인력이 없어 간호사들이 환자의 입퇴원 준비부터 검체 준비, 혈당 검사, 비품 챙기기, 청소 소독제 만들기, 폐기물 처리 등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쉴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병동에서 5명의 간호사가 떠났지만 충원은 되지 않았다.

긴 유행에 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다. A씨는 “예상치 못한 환자가 죽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기저질환 있는 노인들인데 그 환자가 나간 자리를 청소할 때, 유품을 폐기물로 처리할 때 힘들다”면서 “틀니나 보청기 같이 그 사람이 평생 써온 물건들을 가족들에게 주지도 못하고 치울 때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병원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 위험하기 때문에 ‘자체 방역’도 중요한 업무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 선별진료실과 선제격리실에서 올 3월까지 일했던 30대 간호사 B씨는 “병원으로 들어가기 전 사전에 방역을 하는 업무를 하면서 환자나 보호자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선별진료실은 병원 입원 전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선제격리실은 응급실 안에 호흡기 질환자를 별도로 받는 곳이다. B씨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설명하고 안내한 후 ‘감기일 뿐’이라며 검사나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B씨는 “지난 가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가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주사기를 뽑고 나가려는 환자랑 1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B씨가 일한 병원은 응급실 인력을 쪼개 선제격리실을 운영했고,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를 했다. 선별진료실에는 타기관 간호사들이 파견돼 오기도 했지만 선제격리실에 인력 충원은 없었다는 B씨는 “병원에서도 금방 종식될 줄 알았을 테고, 우리도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선제격리실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B씨는 “폭염에 보호복 입고 에어컨 없는 곳에서 일할 동료들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눈에 선하다”면서 “코로나19 전담 현장 외에 병원 곳곳에서 확산을 막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정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30일 기준 전국 259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총 989개 격리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보안직(경비업무)으로 일하는 C씨도 폭염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C씨는 “보안요원들은 보통 환자 동선을 관리하고, 환자가 소란을 피울 때 현장에 가기도 한다”며 “감염병 위험이 있는 분들을 안내하는 것이라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15년 경력 중에 메르스와 코로나19 때 모두 병원에서 일했다는 C씨는 “개인적으로 감염병 노출에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불안해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염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이지만 현재 4차 유행의 한가운데에 있다. B씨는 “몸도 마음도 따라갈 수 없어서 지친다. 끝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A씨는 “간호사들은 한 달씩 근무표가 나오니까 ‘한 달만 버텨보자’라고 말하긴 하는데… 정말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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